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는 건
막연하게 시인을 동경해 오던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시장이 기억하지 않을 공급 방식'으로 시를 쓰고 낭독할 수많은 시인들에게 경외의 마음을 보낸다.
쓰면서만 갈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은 읽기만을 선호하는 나에게 조금씩이라도 쓰고 싶은 동력이 되어준다.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
-도스토예프스키
타국에서 오랜 시간 지내면서 고립감과 위태로움을 안은 채, 사진을 찍고 글을 쓰던 사람 이훤. 이중언어의 감각 속에서 고국과 타국을 끊임없이 살펴야 했던 양눈잡이 이훤. 그런 그의 깊은 사고와 섬세하고 다정한 정체성도 그의 말투와 손짓과 표정에서 들킬 수밖에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