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어떤 지인이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은 앞으로도 생길 거야. 그러니까 계속 살아야 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너무 이쁜 말이었다.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은 살다 보면 생긴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맑은 하늘, 푸릇하게 피어난 꽃,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걸어가는 강아지. 이 모든 것이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내 마음은 딱딱한 플라스틱처럼 굳어있었고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먼 곳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느샌가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이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 객관적인 행복은 내 마음까지 행복하게 하기 무리이다. 아무리 밝은 햇살이 내 마음을 비춘다고 하더라도 상처받고 골이 깊게 패인 곳까지 닿을 수 없으리. 어떠한 순간에도 늘 마음 한켠엔 가시 박힌 돌을 움켜쥐고 서 있을 것이다. 그렇게 행복해야 하는 순간에 그러지 못하는 나를 본다면 오히려 그것은 매우 슬프고 가슴 아픈 순간일 것이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이 될 그날을 그리며 그것이 행복한 미래가 되어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결이라는 것이 없는 문제라면 그것을 안고 살아야 가는 한다면 어찌 되는 것인지 겁이 났다.
과연 이 문제를 평생 끌어안고 나는 언젠가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이 무거운 짐을 아무렇지 않게 짊어지고 세상과 어울릴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어느 날은 웃어볼 수도 있겠지.
또 어느 날은 장난을 쳐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 모든 날에 나는 그 일을 기억하며 잊지 못하겠지. 조금이라도 관련지어 볼 수 있다면 더 강하게 생각나겠지.
누군가는 생각이 과하다. 많다. 확대 해석이다. 불안감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상각을 하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이 현재이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 이들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이 없어진 지금, 미래에 언제 무엇으로부터 찾아올지도 모르는 행복한 순간을 위해 여러 날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게 궁금하지도 기대되지도 않는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니다. 사실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만큼만이라도 행복하길 늘 기도한다. 일이 너무 힘들기는해도 속 섞이는 가족이 있어도 때로는 반려동물이 아파서 마음 졸이기는 했어도 때로는 돈이 없어도 그 일이 생기기 전 나는 꽤 행복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그때처럼 행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너무 두렵다.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더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 막막하고 자신이 없다. 그래서 행복한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