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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Jung Sep 09. 2023

침잠 대신 운동 in 베트남

필라테스와 골프 이야기


우울감에 빠질수록 많이 움직여야 한다. 어제도 부슬비가 내리는데 굳이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얼굴에 계속 흙먼지 섞인 미스트를 뿌려대는 느낌이 막 좋진 않았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귀찮긴 해도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일주일 루틴에 무조건 운동 3회가 세팅되어 있다. 이미 세팅해 둔 거라 시작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그냥 옷을 입고 나가면 된다. 근데 계속 정신이 좀 나가있는지 꼭 엘리베이터를 타면 나 바지 입었지? 확인하게 되더라. 가출한 뇌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운동이랑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베트남도 물가가 오른다고 하지만 아직까진 한국대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여가, 운동 부분이다. 


그중 하나로 작년 6월부터 주 2회 받고 있는 필라테스 개인 레슨. 근처에 새로 로컬 업체도 생겼는데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블랙핑크 제니가 하는 운동으로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놀랍고도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케이팝의 파급력. 그리고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한국만큼이나 하노이도, 특히 한국인(혹은 외국인) 대상 무섭게 물가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룹레슨으로 받는 비용 수준으로 개인레슨 가능하고, 무엇보다 약 7년 전 요가 중에 왼쪽 내전근을 다친 후 타이트 해진 근육이 80%가량 정상화 되어 근육 가동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크다. 나는 삐뚤어진 액자를 못 참는 모니카(in 프렌즈)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크크 완전 언밸런싱한 각도로 벌어지던 양다리가 점차 나아지고 있어 만족감이 쏘 어메이징하다. 만세!



진짜 가기 싫은 날일 수록 더 마음을 다 잡고 나간다. 깜빡한 게 아니고서야 당일 취소한 날은 없다. 복근이나 상체 근육 발달이 잘 안돼서 승모근을 잘못 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젠 그 마저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 어깨 운동 후 평소엔 인지하지 못하던 작은 날개뼈 근육통이 느껴져 희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힘을 잘못 써서 분명 목이나 승모근이 또 아팠을 것이다. 10년 전부터 요가랑 필라테스랑 야금야금 해온 게 있어서 그런지 척추 분절도 잘한다고 하시고 어제는 하체 근육이 좋다고 칭찬받았다. 기부니가 좋아져 다시금 물었다. "오! 제가 하체 근육을 잘 써요?" "네 좋으세요!" 



운동으로 받는 칭찬은 체력에도 좋지만 정신건강에도 참 좋다. 

누구에게 칭찬받을 일이 좀처럼 없는 나이이기도 하니까. 마음속이 폭닥해진다. 

선생님 사랑해요. (개그우먼 이수지의 김고은 톤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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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한 번은 골프레슨. 작년 10월부터 시작해서 이제 겨우 곧 일 년 차다. 한동안은 레슨을 일주일에 2번씩 받다가 그만큼 연습량이 받쳐줘야 하다 보니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1회로 줄였다가 방학 동안 한국 다녀오는 바람에 요즘은 연습만 하고 있다.


구기종목처럼 엄청난 에너지로 몰아치거나 역동적이진 않지만 개인플레이로 스윙을 하는 족족 바로 방향이나 거리가 확인되는 즉각적인 스포츠다 보니 고요하지만 꽤 자극적인 스포츠 같다. 지름 2인치도 안 되는 그 작은 공을 발 앞에 두고 저 멀리 깃발이 꽂혀 있는 그린을 향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또 손끝까지 근육힘을 조절하며 이렇게 열중하는 게 웃기기도 하고. 



처음엔 전혀 생각이 없다가 남편의 권유로 등 떠밀리듯 시작했기 때문에 내 운동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흥미 없이 남편 맘대로 클럽세트를 샀고, 그 외 장비나 옷들도 제대로 된 검색 없이 얼렁뚱땅 대애충 구매해 버렸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12월 부부동반 골프여행을 잡는 바람에 연습에 몰두하면서 결국 뒷바람이 불어버렸다. Again... 또 '절대 지기 싫어하는 모니카'를 사랑하는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필드를 나가거나 게임을 할 때마다 승부욕 자극이 되고 자연스레 재미가 붙었다. 프렌즈 시즌 9쯤인가 모니카가 '커플 탁구게임'에서 이길라고 챈들러랑 팔 빠지도록 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아마 실력 쌓고 다른 커플과 함께 부부동반 게임을 간다면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아무튼  아무 상식도/지식도 없이 레슨에 내던져진 몸이 이제 와서 장비욕심이 나고 쿠팡, 컬리의 주 고객이었던 내가 낯설게 골프 용품이나 복장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 하고 있다. 낯섦 중 최고봉은 넓은 공간에서 빈 스윙을 연습하는 모습이다. 아주 가관이지. 20대 이현정이 봤으면 꼴사납다고 할 모양새다. 집에서만 합시다.


300여 명을 가르친 코치님 왈, 제대로 키우고 싶은(?) 6명이 있는데 그중에 자세가 제일 좋다며 하노이 **골프 연습장 꿈나무로 성장 중. (네. 갑분 자랑) 하지만 코어 힘이 한참 모자라다고 어찌나 또 혼내시는지. '잘한다고~ 자세 좋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다가 나를 구경시키다가 또 어느 날은 진짜 '감 없다'고 나 대신 한탄 같은 소릴 하신다. 과연 당근과 채찍의 완벽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나는 '레슨 10회 추가결제요~' 하고 열심히 달린다. 아무래도 내 자세보다 코치님의 영업/사업 수완이 역대급인 것 같다. 



이번주도 월/목 필라테스 수요일 골프레슨 오늘(금) 인도어 연습까지 퍼펙트 콤비네이션으로 아름답게 완성했다.


기분이가 좋아서 열심히 한 게 아니라 기분이가 느무느무 우울해서 열심히 움직였다. 

침잠이 답인 경우도 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움직여보고 싶었다. 

했다. 만족. 




* 4월에 블로그에 써둔 글 브런치로 이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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