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면서도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 듯
비가 그친 토요일 저녁 10시 30분.
아묻따 / 중꺾마의 자세로 뛰러 나갔다.
처음으로 <케이던스>를 생각하면서 뛰었다.
케이던스란 : 달릴 때 1분당 발이 땅에 닿는 총횟수로, 1초당 땅에 발이 세 번 닿는다면, 케이던스는 60 × 3 = 180입니다. 케이던스가 중요한 이유는 같은 속도로 달려도, 케이던스에 따라 달리기 효율성(running economy)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어떤 러너가 5분/km의 속도로 뛰는데, 케이던스 160으로 달리는 것과 케이던스를 190으로 올려서 보폭을 줄여 달릴 때 각각 5분/km 속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집니다. 각 케이던스마다 몸이 만들어 내는 달리기의 모양, 호흡의 강도, 몸이 느끼는 운동의 강도, 달리기의 효율이 달라지는 것이죠. <30일 5분 달리기>, 김성우
물론 개인차가 크지만 대개 180 정도의 케이던스로 러너들은 달린다고 하는데 그간의 나의 기록을 보니 100 초반대였다. 아무래도 중간에 걸었던 영향도 있을 테고 천천히 뛰려 노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불어 늘 오르막이었던 코스의 영향도 있겠다 싶어 오늘은 평지를 주로 달려보자 했다.
마침 늘 가던 산책길로 가보니 위험 팻말도 놓여 있었다. 오예? 오늘은 계단 NO!
머릿속으로 1초에 발을 3번.. 상상하며 뛰는데 ‘속도는 내지 않되 발을 타타닥??’ 이건 마치 ”천천히 빨리 와~“같은 느낌. 이게 맞나? 하면서 평소보다 발을 빨리 디뎌가며 뛰었다.
뛰고 나서 약 5분이 지나면 다리가 아프고 코 호흡 유지가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훅 올라오는데 그때 살짝 한 10초 정도만 조금 쉬고 다시 뛰면 그 뒤는 편안하더라. 결코! 네버! 러너스 하이로 간주 될 것은 아니지만 ‘어랏 신기하네?’ 하고 관찰하며 뛰어보니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웃긴 패턴이 생겼는데 바로 샤워하기 전에 뛰러 나간다는 것이다. 뛰고 나서 샤워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샤워해야 하니까 뛴다. 마치 유통기한이 임박해져 오는 우유를 다 소비하기 위해 시리얼을 먹는 느낌으로! 샤워의 가성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꼴이다. 뭐 아무렴 어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중꺾마! 크크.
오늘도 밤이 돼서야 비가 그쳤고, 샤워하기 전에 5분만 뛰자고 하며 나왔다가 딱 기분 좋을 만큼 더 뛰었다. 달리면서 야밤에 나온 흡연자 다섯을 보았고, 창문틀에 앉아 뭐 하나 닝겐이라는 듯 2층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냥이도 보았다. 각각의 사연이 있을 흡연자에겐 미안하지만 솔직히 그 순간의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조금 우쭐한 마음도 만끽했다.
평균 케이던스는 확인해 보니 160. 예전보다 훅 올라갔다. 이 때문일까? 아니면 대부분 평지여서였을까? 역대급으로 수월한 러닝이었다. 분명 약 3주 전 경복궁 한 바퀴는 좀 힘들었는데, 그새 실력이 좀 늘은 건가. 뭐지. 인생의 긴긴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내가 내 의지로 나와서 하루 중 몇 분 간을 뛰었다는 사실. 목덜미와 가슴 등에 땀이 흐르는 느낌. 해냈다는 성취감이 참 좋다. 외로운 타국에서 때때로 우울감에 빠지는 나에게 힘이 되는 러닝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