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보다 난데없이 애국심이 벅차올라
오오오.. 어! 16강이야? 16강이야? 아악!!!
딩동! 알림이 울렸다. 동료한테서 뜬금없이 팀즈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한국 16강 진출을 축하해!" 나는 너무 행복했다. 회사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한국 팀의 선전을 기대하는지 알고 있다. 한 번 점심시간에 동료들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력에 대해 놀라워한 적이 있다. 다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만을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뜬금없이 대화의 맥을 뚝! 끊으며 소리쳤다. "우리도 아직 기회가 있어!"
캐나다에서 한국의 월드컵 경기는 아침에 볼 수 있었다. 한국 경기를 보며 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소리를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르고 모니터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선수들을 비판하다가 갑자기 박수를 짝짝짝 치며 기뻐하고 마음 아파하며 걱정도 했다. 이렇게 흥분하며 경기를 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업무로 복귀했다. 하지만 포르투갈과의 16강 결정전의 여파는 오래가서 업무에 집중이 어려웠다. 나는 정말 간절하게 우리나라의 승리를 응원했다. 근데 왜 이렇게 진심을 다해 응원했을까?
나는 한국을 떠나서 살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며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이민을 결심하기 전에 나는 '캐나다에 대해서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나?'를 고민했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언니가 옆에서 한마디를 건넸다.
"야 지금 네가 공부해야 할 건 한국이야. 한국.
사람들은 너한테 한국에 대해서 물어볼걸?"
실제로 언니의 말이 맞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동료들과 대화를 하면 나에게 생각하지도 못한 참신한 질문들을 한다.
한국 겨울은 평균 최저온도가 어떻게 돼?
한국에서 제일 높은 산은 높이가 어떻게 돼?
한국 음식은 보통 매운 편이야?
한국 사람들은 피부가 왜 다 좋아? 어떻게 관리해?
일본 바베큐랑 한국바베큐랑 뭐가 달라?
한국 업무 문화랑 캐나다 업무 문화랑 뭐가 달라?
한국 젊은 사람들은 저녁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
한국은 전통 악기가 뭐야?
한국 전통의상은 일본, 중국 의상과 무슨 차이가 있어?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질문들이 당황스러웠다. 나는 특별히 나를 한국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나에게는 우리나라의 모든 것들이 그저 당연한 것들이기에 궁금증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이민 초기에 이런 질문에 답변할 때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사족을 덧붙였다. "어.. 내가 한국인을 대표해서 말하는 건 아니고, 내 생각에 한국은 그래.." 내가 자신이 없었던 것은 나도 한국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근데 덕분에 이곳에서 나는 한국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어느덧 나에게 '한국인'이라는 것은 너무 소중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디트로이트 미술관에 가면 한국 미술 전시공간이 따로 있다. 그곳에는 나의 마음을 움직인 문구가 있다.
"From New York, I can see Seoul better.
From Seoul, I can see New York better.
I think distance is the best portal to understand where and who I am."
멀리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멀리 타국에서 한국이 궁금해지고 더 좋아졌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고 특색이 있다는 점이 너무 소중하다. 이곳에서 나는 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서며 나를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에게 던진 수많은 질문들을 돌이켜보며 나는 한국을 알아보려 애써봤다. 이렇게 한국인으로서 나의 성향, 한국인스럽지 않은 나의 성향을 생각해보며 나를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이 한국스러운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한국을 향한 애정을 담아 월드컵 경기를 보며 난 혼자서라도 박수를 친다. 짝짝짝짝짝!!
16강! 이게 진짜 실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