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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르방 Dec 13. 2022

호밀밭의 파수꾼 원서를 읽는다면

캐나다에서 새로운 영어를 배운다는 것

너무 싫다!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하나라도 만족스러운 게 없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은 정말 불만 덩어리다. 가끔 현실이 버겁고 불안하고 슬플 때 나보다 더 심각하게 우울한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으면 묘하게 위로가 된다. 그리고 소설 <the Catcher in the Rye>는 나에게 지금 큰 위로가 된다. 이 불안한 아이의 찌질한 감정을 읽으면서 '나보다 더 한 찌질한 아이가 있구나!'라며 나는 더 괜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까지 생기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지금 같은 12월에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뉴욕 12월이 배경이라 추워하는 홀든을 생각하며 창 밖을 바라보면 정말 저 멀리 골목길에서 방황하는 홀든이 있을 것만 같다. 사실 비속어도 꽤나 많고 발음 나는 대로 단어가 쓰인 문장도 많아서 번역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궁금해하며 읽었다. 영어로 책을 읽는다면 홀든 특유의 말투에 금방 빠져들 것이다. 번역가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자주 나오는 아래 표현들을 내 방식대로 해석해봤다.


~~~,my ass.

a rude phrase used to emphasize that you do not believe or accept what someone has said:


예를 들어, Apology, my ass.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사과는 개뿔!" 이런 식으로 해석하며 읽었다.


Like hell you did

certainly not:

 

Like hell~로 시작하는 문장은 "퍽이나 그랬겠다!" 라며 해석했다.


She can dance!

이 문장은 '그녀는 춤을 출 수 있다.'가 아니라 '어? 춤 좀 추는데?'라고 해석하면 자연스럽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다들 초반에는 홀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으면 결국 홀든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생긴다. 나도 그중 하나다. 가끔 나는 감정에 휩싸이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었다. 그 미성숙한 시절의 부끄러운 내 결정들을 향해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너 혼자만이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 머무르지않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책이 끝난다.


책을 읽고 나서도 한참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을 다 읽는데 2주 정도 걸렸다. 나도 모르게 단어에 집착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읽다 보니 읽다 지쳐 책을 덮고 다시 읽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영어로 책을 읽고 나면 뿌듯함이 몰려온다.


캐나다에 오고 한 달 정도 된 시점에 캐나다에서 오래 생활한 한국인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원어민보다 영어 잘하게 될 때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나의 당찬 포부를 듣던 지인이 나를 향해 한마디 했다.

어? 너 한국 못 돌아가겠는데?


그때는 내가 이렇게 영어에 어려움을 매일 느낄 줄 몰랐다. 나름 한국에서 영어 스피킹 시험을 치면 좋은 성적을 받았었다. (물론 템플릿을 외우긴 했지만.) 하지만 지금 정말 아이처럼 영어를 다시 배우고 있다. 아예 머릿속으로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예 새로운 언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사실 영어공부는 끝이 없지만 영어로 기죽을 필요는 없다. 직장 동료가 한 번 영어에 대해서 한 말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아주 큰 목소리로 또랑또랑하게 말하던 그의 말은 나의 생각을 바꿔버렸다.


내 영어 문법 엉망인데 내 말 잘 알아듣잖아? 영어는 그냥 남이 알아듣게 하면 잘하는 거야.


그 이후로 영어에 대해서 좀 생각이 바뀌었다. 영어는 수단이다. 영어가 목적이 되는 순간 고민은 끝이 없어진다. 앞으로 영어를 대할 때 남들에게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방향으로 하면 되는 것 같다. (영혼의 대화까지 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영어공부는 끝이 없으니까, 동료처럼 자신감 있게 말을 해야겠다. 영어 잘하는 사람으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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