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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명자 Nov 27. 2021

걱정을 줄이는 법

- 다 잘될 거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저는 오늘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희귀성 유전질환인 카다실 진단을 받고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제주대학병원을 찾았던 동생에게 전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피질하 경색과 백질뇌증을 동반하는 상염색체 우성 뇌동맥질환’이라는 어려운 병명의 이 병은 20대 중반에서 45세 사이에 증상이 발현되고 평균 65세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졸중, 치매, 편두통, 기분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네요. 동생은 유전자 검사와 MRI 결과, 당장 발병하는 케이스는 아니라 다행이지만, 자녀들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50%라며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엔 잘 몰랐지만 돌아가신 엄마도 카다실일 확률이 높다고 우리 자매는 입을 모았습니다. 처음엔 중심을 잘 잡지 못하거나 걸음을 제대로 못 걸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후유증 정도로만 생각을 했지요. 그러다 조금씩 인지 장애 증세도 보였습니다. 금방 있었던 일도 기억을 못하고 우리 아이의 우유병을 삶다가 깜빡해서 불을 낼 뻔한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후로 멀리 떨어져 살면서  “엄마, 오늘 저녁은 뭐 드셨어요?”라고 안부를 전하면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만 왜 금방 있었던 일을 기억을 못해요?”라고 타박을 하곤 했지요. 그러다 운동기능 장애가 점차 심화되면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부축이 없으면 제대로 서거나 걸음을 못 걸을 정도가 되었지요. 그 뒤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던 중 암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병원에 입원한지 2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동생의 전화를 끊고 나는 가슴이 먹먹해 지고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에서야 엄마의 증세에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돌아가신 엄마께 신경을 많이 못써드리고 나만 잘 살겠다고 아등바등 살아온 날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2017년 이맘 때였으니 4년 전이네요. 장학사 생활을 할 때였는데 일이 많아 야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료들과 저녁을 시켜 먹고 있는데 갑자기 뒷골이 당기면서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너무 심해서 숨도 안 쉬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응급조치로 탕비실에 있던 작은 소파에 누웠습니다. 몇 시간 만에 겨우  통증이 가라앉았고, 다음날 MRI를 찍었는데 놀라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도 믿기지 않는다며 “뇌가 이렇게 하얗게 변한 부분은 세포가 죽은 것입니다.  이 정도는 7~80대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현상인데...”라고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대학병원에서 몇 차례 진료도 받고 MRI도 찍어보았지만 이렇다 할 병명이나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동생의 말을 들으니 그것이 백질뇌증이고 카다실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내게 언니도 빨리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고 성화입니다. 그래서 다음 달에 건강검진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동생이 걱정할 때마다 “언니 걱정은 마, 공부를 많이 해서 머리가 팽팽 돌아가니까.”라고 웃어 넘겼습니다. 전혀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지 않는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자녀에게 유전 될 확률이 50%라니 마음이 무겁지요. 그 또한 차근차근 검사도 해보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지요.     


제가 겉으론 걱정이 없고 무한 긍정인 사람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정말 예민하고 걱정과 불안이 많은 사람입니다. ‘우아한 백조’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 앞에 서 있지만 물  속에서는 쉬지 않고 헤엄을 치고 있는 형상이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저만의 걱정을 줄이는 법을 터득해서 실천하고 있는 중이예요. 오늘 여러분께 그 방법을 소개하려고 해요.     


첫째하루의 일과를 새벽이나 아침에 대략적으로 스케치 해 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몇 시에 누가 방문하고 또 무슨 행사가 있구나. 준비할 것은 무엇 무엇이네.”라고 알게 됩니다. 하루 일과와 준비할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게 됩니다. 여행을 할 때 대략적인 지리나 동선을 미리 알아두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둘째걱정할 대상의 시기를 짧게 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전체를 두고 보면 해결해야 할 일이나 걱정할 것이 많다면 주간 일정을 체크한 다음 내일이나 다음날까지의 걱정만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날은 또 그 다음날의 걱정만 하는 거지요. 그래서 너무 멀리의 일까지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안해 지더군요.     


셋째걱정거리가 정말로 걱정할만할 것인지 분석해 보는 겁니다걱정에 대해 끝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해 나가다 보면 실제로 걱정 안 해도 되는 것까지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딸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데 밤늦게 다니는 것이 걱정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걱정한다고 도움 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냥 쿨하게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잘 하겠지’하고 믿어주는 것이 현명합니다.


넷째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해 봐야겠지만 저도 희귀유전자병인 카다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인해 너무 불안 해 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밝게 생활하면 착각을 해서 ‘좋은 일이 일어났구나!’라고 착각한다고 하잖아요. 일이 생기면 그때 그때에 맞는 문제해결책을 만들면 됩니다.  또 때로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걱정거리를 나와 떨어뜨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걱정과 불안은 줄어듭니다.   

  

다섯째걱정과 불안에 대해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혼자 끙끙거리면 늪에 빠진 것처럼 걱정거리에 매몰되어 더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습니다.     


누구든 사람이라면 걱정과 불안이 없을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또 살아있으니 당연히 따라오는 감정일 거예요. 너무 미리 걱정하거나 지나치게 불안감을 가지지 말고 걱정 대상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걱정할 대상을 짧게 잡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채워 나가면 좋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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