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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명자 Oct 26. 2022

가을이 되니

- 후회되는 몇 가지 중 -

   

가을이 깊어갑니다.

과일 색깔, 단풍 색깔, 은행잎 색깔, 국화 색깔을 보면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계절이 있을까 싶어요.    


가을은 수분을 앗아가는 계절인가 봐요.

그래서인가

자꾸 울컥 울컥 눈물이 나요.


조금은 서글프고

이유 없이 외롭기도 해요.    


가을이 되면서

손끝이 건조해 지기 시작했는데요.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는 오랫동안 습진을 앓았는데

정말 잘 낫지 않았어요.

어떨 땐 손끝이 쩍쩍 갈라지고 피가 나

반창고로 탱탱 감아 놓기도 했어요.    


‘반질’이라는 연고를 달고 사셨는데

바를 때뿐이고

어느 새 또 손끝이 갈라지고 비늘처럼 허옇게 들떴어요.

그래도 일은 멈출 수 없었지요.     


가을이 되니 많이 슬퍼요.

나는 왜 엄마의 아픔을 겻 눈질만 하고 흘려보냈을까요?

그냥 엄마의 일로만 여겼어요.

내 마음에 한번이라도 깊이 담지 않았어요.    


가을이 되니 마음이 아파요.

정말 소중한 이들의 아픔을

마음에 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날들이 올까봐

조심조심 살피는 날이 잦아지네요.    


* 사진 제공: 경주 세정산방

#가을 날#후회#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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