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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발화 Oct 10. 2022

브런치를 통해 세상에 말하다

브런치 한번에 합격하기

 저는 한번에 무엇인가를 가져본 적이 손에 꼽습니다. 대학도 재수를 했고 - 생각해보니  좋게 로스쿨에는 단박에 들어갔네요 - 변호사시험에서  차례 고비를 마셨습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서도 저를 위해 기회를 열어주는 곳을 찾아 계속 문을 두드리며 돌아다닌 시간이 길었습니다. 최종면접에서 미끄러지기도 했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많이 밀려봤습니다. 저는 원래 엄청난 낙천주의자이자, 스스로에게 굉장히 관대해서 자기자신을 과대평가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여러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브런치를 한번에 합격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한 번에 합격하면 좋겠지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할 지도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작가 신청을 눌러놓고 한동안 재수해서 브런치 합격, 브런치 작가되기 위한 강의 등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개천절 연휴에 어찌저찌 밀린 숙제를 하듯이 자기소개와 글을 완성해서 제출하고, 연휴가 끝나고 나서부터 심사를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브런치 작가되기는 올해 초에 목표로 세운 것이기도 해서, 실패를 하더라도 연말까지는 계속 다시 시도를 해야겠다는 계산도 있었습니다. 연휴가 끝난 후인 10월 4일에 아무 연락이 없어서 연휴 동안 사람들이 다들 많이 신청을 했나보다, 라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도, 합격이라면 금방 연락이 온다는 후기를 봐서 그런지 상당히 신경이 쓰이고는 있었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정기적으로 2주에 한번 정도는 글을 올려야지, 주말 아침에 올려야지 등등 합격하게 되면 나름의 계획은 가지고 있었거든요. 단지 합격하지 못하면 합격할 때까지 재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심 먹고 휴대폰으로 메일을 확인해보니 합격 후기에서 많이 보았던,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와있더라고요. 한 번에 작가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매우 기뻤습니다. 



 사실 저는 연초부터 브런치 작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틈틈이 "브런치"라는 폴더에 워드 파일을 하나 열어놓고 이런 저런 소재의 이야기들을 적어보고 있었는데요. 작가 신청에는 한 번에 3개의 글만 업로드가 가능하지만 앞으로의 브런치에 이런 글을 올리고 싶다는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보고 있었습니다. 주로 기승전결 중 기..승.... 까지는 나아갔다가 결이 맺어지지는 않았지만, 뭐라도 시작을 해야 발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연초에 시작한 브런치 작가 신청 계획은 이직과,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으로 조금 미뤄졌는데, 지난 연휴에 마감기한이 있는 업무처럼 생각하며 연휴를 기회로 삼아 마음먹고 업로드를 하고 작가신청을 했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 흥미로워 하는 사실이나 특이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 부분을 서두에 두었습니다. 브런치 어플로 '변호사'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그렇게 많은 작가분들이 있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법과 전혀 무관한 전공을 하고, 로펌을 다니다가 지금 사내변호사로서의 워라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기가 없는 신혼이고, 자상하고 사려깊은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 요즘 결혼할 때 남편 직업을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은 것 같던데, 제 경우에는 "남편도 변호사냐"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남편 직업을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남편은 법조계와는 무관한 영역에서의 전문직종에 종사하고 있고, 서로의 전공이나 일에 관심이 많아 전혀 다른 지점에서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아내고, 법리적으로나 학술적인 부분을 토론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기소개의 시작은 남들이 꽤 멋지다,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궁금해하는 제 모습을 먼저 소개하면서, 제 속에 있는 실패와 고난에 대해서 스스로 겪어보고 이겨내보고, 또 말하고 쓰면서 치유해나간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저도 드디어 "엄친딸", "아친딸"의 영역에 간간히 포함되는 사람이 되었는데 원래는 부모님이 어디가서 얘기도 안꺼내는 딸이었기에 그 타이틀에 대해서는 어릴 적보다 꽤나 덤덤해진 것 같고, 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며 어떤 좋은 조건이나 타이틀을 갖고 살든(제 경우에 대단한 타이틀은 아니지만) 사람사는 것 다 비슷하고 오히려 제가 특히나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생각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공감도 많이 해주고 저 스스로 그 과정에서 제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고 공감받고 위로하면서 오히려 아픔에서 벗어나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차는, 제 경우에는 한 분야를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로펌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접해보기도 했지만 한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송무 경험이 긴 것도 아니고, 회사 얘기를 자세히 하면 너무 특정될 것 같고, 그렇다고 연애나 결혼 분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기는 했지만 전문가가 될 정도로 빠삭한 사람은 아니고, 일상에서 새로운 점을 찾는 것은 사실 다른 작가님들과 너무 겹칠 것 같고 기타 등등. 역시 제 장점이자 단점인 '생각이 많다'는 부분 때문인지 목차의 구성이 고민되었는데, 그냥 저니까, 저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 해보자 싶어서 각 소재별로 구체적인 제목을 포함한 목차를 작성했습니다. (처음에는 발화의 의미에 따라 글을 나누어볼까도 싶었는데, 읽는 분들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뺏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정확히 카테고리별로 대등한 분량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것도 같아서, 합쳐서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송무 얘기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느끼는 점이기도 하고,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기까지 생각했던 내용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매일매일 똑같은 루틴에서 생겨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신에 제가 직접 겪고, 느끼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제가 깨달으니까, 제 이야기가 차별성이 있고 특별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를 위해 만들고 있던 워드파일에 있는 목차의 제목을 다듬어 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3개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하다, 저 자신에 대한 소개이자 프롤로그, 송무에서 겪은 일, 주변에서 본 친구 이야기 정도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소재를 뽑아서 글을 쓸 수 있다는 부분을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골랐습니다. 아주 흔한 경험이라거나 평범한 관찰은 아니었을 거라는 나름의 기대로 글을 선택했고, 나름대로 몇 번 정도는 읽으며 마이너한 부분을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브런치에 수정을 거의 거치지 않은 글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SNS 주소는 특별히 SNS를 관리하지도 않고 있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브런치에서 첫 시작을 하는 것이라서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굳이 SNS를 올릴 이유는 없을 것 같아서 올리지 않았습니다. SNS주소는 올리면 확인을 하지만, 올리지 않아도 합격에는 지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신청한지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반나절 만에, 연초 계획 중 하나인,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불합격의 경우 연락이 늦게 온다는 건 천천히 예약메일을 걸어두거나, 합격할 여지가 있는지 다양한 시각에서 확인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합격인 경우 금방 연락이 온다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를 보다보면 글이 재밌고, 작가가 궁금해져서 들어가보면 글이 한참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아예 안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저는 최대한 유지가능할 정도로 정기적으로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번 달에는 극초기이니 3-4개 정도의 글을 올리고, 그 다음에는 정기적으로 2-3주에 한번씩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때 사주를 꽤나 많이 보러다녔는데, 뭔가를 하고 싶어하고 변화를 주고 싶어하는 시기에 새로운 운이 들어오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최근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도 생겼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쌀쌀한 가을 날씨이지만 남들보다는 조금 계절감이 없이, 남들보다 한 발짝씩 늦게 살아온 인생처럼, 올해 가을 싹을 틔우듯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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