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떤 주장을 펼친다는 건 그 주장을 밑받침할 수 있는 탄탄한 근거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근거를 재조립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둘 다에 그다지 재능 있지는 못한 사람인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어떤 설득을 해야만 할 때 괴로워진다. 누구는 머릿속에서만 한번 착착 정리하면 바로 정리된다는데 나는 어째서 별 것 아닌 작은 부분에서도 시간을 들여야 하나. 그럴듯한 근거를 줄 세워보고, 거기에 대한 반박도 혼자 좀 생각해보고 혹시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충돌하는 근거가 있지는 않은지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선 질문받았을 때 멈춤 동작으로 꿀 먹은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게 되니까.
서툴다, 정도로 끝나는 실력이었다면 시간까지 들여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말을 논리적으로 하지는 못하면서도 또 잠시 생각하는 그 시간 동안 마이크가 비는 것을 참지는 못해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흐르는 공백을 견딜 수가 없어서 간격과 간격 사이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마구 욱여넣곤 한다. 스스로 말하면서도 삼천포로 빠진다는 사실이 느껴질 때의 그 어색함.
그리고 참사는 대체로 그 하지 않아도 될 말에서부터 발생한다...
유튜브를, SNS 상의 수많은 인플루언서를 가만 들여다보자면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21세기의 가장 큰 재능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영향력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을 딱 둘 꼽아보자면 첫째가 말이요 둘째가 글일 것이다. 후자는 보내기 전 다듬을 시간이라는 것이 충분히 존재하지만, 전자는 임기응변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자면 내 문제 중 하나는 돌발 상황에서의 지나치게 버벅거리는 대처를 한다는 부분이겠다. 이 부분은 바꾼다기보단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겪어보고 의연해지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것인데.
소위 말하는 선을 넘지 않는 법이 내게는 어렵다. 주제에서 벗어난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어렵다. 대개의 경우 지나치게 침묵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당하게 되는 셈이다. 침묵은 금이라지만 돌보다 흔한 금이라면 이것이 과연 의미가 있나, 생각하게 되곤 한다.
그럼에도 자그마하게나마 경험이 조금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말을 잘한다는 것은 해야 할 말을 잘하는 것이라기보단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마냥 지식이 많은 사람이 되기보단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게 조금 더 중요한 것처럼.
그렇게 오늘도... 말을 잘 하기는 어렵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법은 그보다 조금 더 쉬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