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여러 가족에 속해 지내보는 경험이란 건 아무래도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무언가는 아니지 않을까.
본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의 집안 분위기를 겪을 일이 살면서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길어봐야 하루 이틀 머물고 사라지는 손님의 입장이 아니라, 아예 얹혀서 세미 피보호자의 경험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일주일이라면 어떻게든 숨겨볼 수 있다. 이주일을 넘기기 시작하면 기존 구성원끼리 눈치 보던 것이 슬슬 허물어지고, 한 달이 지나면 신규 구성원에게 여기에서 지켜야 하는, 이를테면 씻고 난 다음 머리카락의 처리법이나, 휴지 사용에 대한 적절한 양, 식사 시간과도 같은 하우스 룰에 대해 말을 얹기 시작한다.
세 달 정도 지나면 사람 하나 더해지기 전과 비슷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과 중학교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모두 다른 가정에서 보내보고 나니, (그리고 그 사이에 편의상 생략한 몇 가정이 더 낀다.) 사람 사는 방식이라는 것이 일률적이다 싶으면서도 참으로 천차만별이다 싶기도 하다. 겪어보기 전엔 모두가 우리 가족과 비슷하겠거니, 막연히 생각했던 내게는 꽤 신기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겪었던 집안의 분위기나, 감상에 대해서 상세히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예의도 아닐뿐더러 어느 지점에서는 내가 오해한 부분도, 보호받는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의 한계라는 것도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난 종종 그때의 기억과 경험들을 되새김질하곤 한다. 딱히 내가 결혼과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미래의 내가 아주 희박한 확률로 가정을 이룬다고 했을 때를 미리 대비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란 뭘까?
어떤 의미에서 가족이란 회사와 비슷하다.
아마 모두들 공감하지 않을까?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주인의식을 요구한다. 상대가 시키는 집안일만 하다간 왜 넌 집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구조를 파악 않고 눈앞만 보냐고 한소리 듣기 십상이다. 집안일의 비극이다.
때로는 상대의 멍청함을, 때로는 자신의 멍청함을 탓하며 어떻게든 협업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집과 회사를 불문하고, 서로에 대한 험담이 남몰래 이루어지는 곳이 오히려 전혀 남을 헐뜯지 않는 곳보다 건강하다는 사실은 가끔 기묘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불만 없는 관계는,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애정과 신뢰 위에 쌓였든지 간에 있을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일의 권력이 한쪽으로 쏠릴 때 발생하곤 하는 비극까지도. 가족회사라는 것이 대체로 그렇기 마련이지만, 체계가 있는 듯하면서도 중요한 충돌의 순간엔 그런 거 없다는 것 마냥 와르르 무너져선 엉망진창으로 싸우기 시작한다. 대체로 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 아니면 조금 더 불통인 쪽이. 빛나는 이성과 지성으로 오가는 건설적인 대화...... 는 정말이지 이상적인 얘기다. 내가 겪어본 모든 회사나 가정이 우연히 그런 거였다고 믿고 싶은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가족은 결국 이상적인 회사와 비슷한 걸까? 그렇게 보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한 가지는 비슷한 게 아닐까.
좋은 회사는 결국 개인과 회사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을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회사일 것이고, 개인과 가정이 하나로 합쳐져 구분 불가능해지지 않아도 균형이 유지될 수 있는 가정이 좋은 가정일 것이다.
그러니 1인 가구라 하더라도, 1인 가정이 굴러가게 하는 나와 그냥 나 사이에는, 회사에서 옆자리 동료와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파티션과 같은 구분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