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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준 Jun 01. 2023

은행별 자동이체 서비스 톺아보기

사람들이 '토스', 토스'하는 이유

회사 서비스 중 고객이 자동이체 설정에 대한 퍼널을 보다가 계좌번호는 복사를 했으나 자동이체 설정으로 전환이 되지 않고 있던 문제를 발견했고, '은행앱의 자동이체 설정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오픈뱅킹 도입이 되지 않은 사정이라 '귀찮음'이라는 문제는 배제했어요.)


이 생각을 시작으로 뜬금없이 호기심이 돋아 몇몇 은행들의 자동이체 서비스를 경험해 보기 시작했고, 같은 목적을 가진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제공하는 과정은 천차만별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확한 과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인사이트 도출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은행별 자동이체 서비스'를 분석했고, 그 결과물을 써보려고 합니다.




사용성을 위한 설계는 한 끗 차이

고객은 서비스를 경험하며 많은 화면을 마주하며, 정보를 입력해 나갑니다. 각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시작과 완료는 같지만, 그 과정은 모두 다르게 설계되었으며 미묘한 사용성의 차이로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앱들을 사용하면서 만족, 불편, 감동을 넘나들었는데요, 각 은행별 전체적인 플로우를 톺아보며 든 생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국민

KB스타뱅킹 자동이체 설정 플로우

"자동이체 등록 - 약관동의 - 가이드 화면(5개) - 정보 입력 - 계좌비밀번호 입력 - ARS 본인인증 - 간편 비밀번호 입력 - 완료"까지 대략 2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4개의 은행 중 가장 불편했어요. 필요한 기능은 모두 있었으나, 다른 앱들과 비교했을 때 불필요한 경험들이 가장 많았기 때문인데요(빨간색으로 된 단계들). 아쉬웠던 점만 남은 KB스타뱅킹,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가이드 화면의 애매한 위치

이렇게 바꾸면 어땠을까?

보통 서비스 가이드는 고객이 서비스 경험을 시작하기 전 볼 수 있도록 메인이 되는 곳에서 노출시키거나, 버튼을 두어 필요한 사람만 열어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아쉽게도 KB스타뱅킹에서는 자동이체 등록을 시작한 후 약관동의를 거치면 갑자기 보입니다. 물론, [닫기] 버튼을 통해 빠르게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지만 '가이드'라는 성격에 맞는 노출 위치는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자동이체를 등록하면서 어렵다고 느낀 부분이 딱히 없기도 했어요)


2. 너무 많은 비밀번호 및 인증 절차

계좌비밀번호, ARS본인인증, 인증서 간편 비밀번호 3종 세트

비밀번호 및 인증이 총 3번 필요합니다.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계좌비밀번호 입력'이 필수라면 '본인인증과 간편 비밀번호는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서 '본인인증과 간편 비밀번호 중 하나만 진행하면 안 될까?'라는 의문 또한 계속 남습니다. 법적인 절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단계라면 다른 은행들이 잘못 설계한 것일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3. 좀 다른 ARS 본인인증

제가 경험한 ARS 본인인증은 두 자리의 변수가 노출되고, 전화를 받아 숫자를 입력하고 끊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었는데 KB스타뱅킹은 좀 달랐어요. 전화를 받으면 수십 초간 기다려 음성으로 안내받은 번호를 눌러야 인증이 완료됩니다. 만약 안내받는 번호가 변수라면 높은 보안 유지가 가능했겠지만, 몇 번 시도해 보니 고정된 숫자를 안내해 주는 걸 확인했고 불편하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4. 타행 자동이체주기, 기간의 제한

3개월 이상 유지... 약정?

우선 입금계좌가 타행인 경우 이체 주기 설정이 '매월', '격월', '분기'로 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만 가능한 점이 불편했어요. 물론 KB 간 거래는 1달 단위로 주기 선택이 가능했지만, 일 단위로 쪼개지지는 않았습니다. 최소 설정 가능한 이체 기간 또한 타행은 3개월 이상으로 1달도 가능한 KB 간 거래에 비해 제약이 컸습니다.


신한

신한쏠 자동이체 설정 플로우

"자동이체 등록 - 출금계좌 선택 - 입금계좌 선택 - 금액 입력 - 이체 기간, 주기 선택 - 계좌비밀번호 입력 - 약관동의 - 입력정보 확인 - 완료"까지 대략 2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신한 쏠 또한 불편한 게 있었지만, KB스타뱅킹 대비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각 입력 항목들이 별도 화면으로 분리되어 있던 점, 이체주기 설정이 불가능한 점, 계좌번호 복사 시 문자도 복사된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1. 불필요한 화면 분리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구조

다른 은행들의 경우 입력 정보는 One page로 설계하여 고객이 입력해야 할 정보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데, 신한쏠은 각 정보를 입력할 때마다 화면이 넘어가 괜히 오래 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정보를 잘못 입력했을 때 화면을 이동해야만 수정이 가능해 불편했습니다.


2. 이체주기 설정 선택 불가

타행 자동이체에 대한 차별

타행으로 자동이체를 설정하는 경우 이체주기는 1개월로 고정됩니다. 딱딱하다고 소문난 KB스타뱅킹보다 선택 범위가 좁습니다. 타행 자동이체에 대한 차별은 수수료에서 끝난 줄 알았는데(이마저도 면제되고 있는 추세), 영역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어 오류인가 싶기도 했어요. 타행 자동이체 시 이체주기가 1개월로 고정된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3. 텍스트도 복사되는 계좌번호 복사

신한쏠(좌)과 카카오뱅크(우)의 계좌번호 붙여 넣기 결과

개발 기능에 대한 내용인데요, 은행명과 계좌번호가 함께 복사되는 타행 앱에서 복사 후 신한쏠에 붙여 넣기를 하면 텍스트까지 그대로 붙여 넣기가 됩니다. 은행명 지우는 건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은행명이 앞에 나오는 경우 입력필드의 최대 허용 글자 수로 인해 뒤에 나오는 계좌번호가 일부 잘리게 되어 다시 확인하러 가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타행들은 숫자만 붙여 넣기가 되는 걸 경험하고 보니, 수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자동이체 설정 플로우

"자동이체 등록 - 약관동의 - 정보 입력 - 입력정보 확인 - 계좌비밀번호 입력 - 완료"까지 대략 1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인터넷은행의 선두주자답게 다른 대기업 은행 앱들에서 겪은 불편한 점들을 카카오뱅크에서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딱 필요한 서비스들만 설계해 고객 만족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딱 하나,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타행 자동이체는 이체 주기가 1개월로 고정되어 자동이체에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에 대한 사용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토스뱅크

토스뱅크 자동이체 설정 플로우

"자동이체 등록 - 정보 입력 - 입력정보 확인 - 완료"까지 대략 1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사람들이 '토스', '토스' 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플로우만 봐도 다른 세 군데에 비해 심플하며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으로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또한, 짧은 시간의 경험 속에서도 자유로운 이체 주기, 약관 동의 생략, 1회 이체 등 토스만 제공하고 있던 기능들은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카카오뱅크에서 실감한 고객 만족, 토스뱅크는 이를 넘는 고객 감동에 다다른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 하나씩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약관 동의

약관 동의 절차가 없습니다. 정말 없는 게 맞는지 몇 번 시도했으나, 약관 동의 절차는 없었어요. 아마도 최초 토스에 자신의 계좌를 연동할 때 '출금이체 동의'를 진행할 텐데, 이 과정에서 오픈뱅킹과 펌뱅킹이 등록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라면, 서비스를 경험할 때 불필요한 과정은 없을수록 좋으니까요.(해당 프로세스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정보를 공유해 주시면 감사드립니다)


2. 반복이체가 아닌 자동이체

자동이체에는 1회 이체도 포함된다.

자동이체: 은행에 가지 않고도 일정한 날짜에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

토스뱅크는 이체주기 설정 시 가장 먼저 보이는 상단에 [반복]과 [1회] 버튼을 두었습니다. 바로 위 사전적 의미에 걸맞은 자동이체의 본질에 충실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인데요, 덕분에 고객은 단 한 번의 이체라도 지정한 날짜에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타 은행앱에서도 시작일과 종료일을 설정하여 1회 이체를 할 수 있지만 [1회] 버튼을 누르는 것과 앞서 말한 과정을 경험하는 건 사용성의 차이가 있겠죠.

3. 타행 자동이체도 차별 없이

타행 자동이체의 주기도 차별 없는 토스

앞서 톺아봤던 은행앱들의 공통적인 답답함이었습니다. 바로 타행 자동이체 시 이체 주기나 기간에 제한이 있다는 점인데요, 토스뱅크를 쓰는 고객은 타행으로 이체하더라도 이체 주기나 기간에 있어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다른 앱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느낀 긍정적인 경험이었는데, 약관동의와 마찬가지로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은행들도... 할많하않입니다.


4. 고객 친화적인 입력정보 확인

상담원이 말해주는 듯한 입력 정보 확인 단계

국내에서 ux writer를 수면 위로 올린 기업의 센스를 보여주는 문구였습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토스의 대부분 서비스를 경험하다 보면 느낄 수 있죠. 자동이체 서비스 말고도 다른 서비스에서 대부분의 금융앱들은 신청 정보를 확인할 때 테이블화 하여 제공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토스는 정보를 문장으로 전달하면서 각 정보들을 고객이 습득하는 과정에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돕고 있어요. 딱딱한 테이블을 벗어나 상담원과 대화하듯 알려주는 정보, UX Writing이 UI를 포함한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5. 이체 전 알림 서비스

설정된 정보대로 이체 전 마지막 확인이 가능하다.

주요 기능은 아니지만 간혹 자신이 등록한 이체 주기나 기간에 변동이 있어 수정이 필요한데 까먹은 경우 이체 1일 전 알림이 온다면, 원하지 않는 이체가 발생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겠죠. 요즘처럼 일상에 필요한 자동이체가 많고, 이리저리 바쁜 K-직장인이라면 더욱 필요한 기능입니다.


6. 자동이체 등록/해지의 토글 기능

등록된 자동이체는 버튼 하나로 켜고 끌 수 있다.

 자동이체 서비스를 경험하며 마주한 기능들 중 가장 감탄했던 부분입니다. 해지하기 위해 몇 개의 화면과 버튼을 거쳐야만 했던 다른 앱들과 달리 버튼 하나로 On/Off의 제어가 가능해요. 이름이 자동이체인 만큼, 쓰임이 반복적인 만큼 고객의 자동이체 서비스 경험을 루틴화하기 위한 설계가 아닐까요? 우리가 시간을 설정한 뒤 필요할 때마다 켜고 끄는 알람처럼 말이죠.




공과금, 월세, 관리비, 용돈, 저축, 적립식 투자···

모바일에서 자동이체 서비스가 도입되고 나서부터 반복적으로 해야 했던 많은 업무들을 터치 몇 번에 원하는 기간 동안 해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자동이체를 통해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너무 다양해져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입출금 계좌도, 이체 금액도, 이체일도, 이체 주기도 모두 제각각으로 요구되며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살아남을 거예요. 앞으로도 자동이체가 필요한 업무는 계속 늘어날 텐데, 고객의 주거래은행이 타행에 비해 불편하다면 들었던 정마저 떨어질 위험이 클 거 같습니다.

우리가 속한 시장에서 제품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진짜 고객이 되어 이미 나온 경쟁 서비스들을 최대한 많은 경험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설계해야 다른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미묘한 사용성 차이를 내어 고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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