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노화, 이렇게만 준비한다면...
“잠 잘 자고, 건강한 음식 챙겨먹고, 가공식품이나 술 같은 나쁜건 멀리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해지는방법 뭐 모르는사람 있나? 다 알면서도 의지부족으로 실천을 못하는거지 아는 얘길 또 들어서 뭐해?” 건강콘텐츠를 대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가진 생각이 아닌가 싶다. 정희원교수님이 트위터에 등장해 이런 건강관련 이야기를 했을 때의 반응도 대부분 이런식이었다. 건강해지는 방법을 알면서도 못지켜 안그래도 힘든데 잔소리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공격적인 반응도 많았다. 매 끼니 건강식으로 챙겨먹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든다는 사람들의 말에 저렴한 비용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교수님이 가성비 레시피를 제공하자 그런 맛대가리 없는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더 쌓여 건강이 더 악화된다는 식의 반응들. 교수님이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초기부터 교수님의 콘텐츠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봐왔는데 그 모든 강고한 벽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지금의 저속노화열풍을 결국 만들어낸 교수님이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저속노화 마인드셋>은 2년 전 읽은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교수님 책인데 중복되는 내용이 있지만 그럼에도 저속노화적 삶에 대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정보와 몰랐던 교수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2년 전 처음 교수님에게 호감이 생긴건 건강문제를 개인의 차원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사회구조와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5년 현재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문제는 막대한 세금과 사회적 돌봄자원을 쏟아부어야하는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이자 어쩌면 재앙이다. 2007년에 이미 <대한민국 개조론>이란 책을 통해 이 문제를 예견하며 건강정책을 아픈사람 치료하는데 중점을 두기보다 아프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했던 유시민작가님이 생각났다. 내 눈엔 정희원교수님이 적어도 의료, 복지, 돌봄, 인구구조등의 정책분야에서는 제 2의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감으로 보였다.
저속노화는 이제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고 열풍이라고 불릴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다. 교수님을 노잼의 상징, 렌틸콩만 퍼먹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고(책 중간중간 얼마나 빵빵터지는부분이 많은데...ㅜㅜ 절대 노잼 아니심. 그리고 트위터에서 짤 너무 잘 쓰셔서 트위터재능 최강자로 인정받으신분임 ㅋㅋㅋ) 저속노화를 사회에 팽배한 노화혐오와 연결시켜 무슨 젊어지는 비법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책은 그런 저속노화를 둘러싼 오해들을 하나씩 반박하며(배운 사람의 빈틈없는 그 반박이란... 캬... 너무 짜릿함.) 저속노화가 단순히 건강한 생활습관만을 말하는게 아니라 삶의 방향, 삶의 태도 그 자체임을 설명한다. 우리가 자기돌봄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특유의 결과중심, 빨리빨리 문화와 쉼조차 가속노화식으로 해내는 풍경들, 교수님조차 그 환경속에서 결국 무너지고 번아웃이왔던 이야기, 저속노화를 왜 실천하지 못하는가?를 물어야하는게 아니라 우리는 왜 이렇게 지쳐있는지를 물어야한다는 이야기 등.
의사이자 연구자이기에 교수님의 글은 정보중심이긴 하지만 책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것은 교수님의 삶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의사로서 정말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회복시키길 바라는 진심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찡했고, 감사했고 마지막장을 덮을땐 뭉클했다. 매일 지옥철을 타며 출퇴근 3시간, 8시간 근무 후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버리는 나지만 나쁜음식은 조금이라도 덜 먹고 하루 30분이라도 운동을 하고 수면시간 7시간은 어떻게든 사수하게 만드는 힘을 책을 통해 얻었다. 작은 습관들이 모여 내 삶이될 것임을 조금은 더 믿게 되었고 건강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수단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저속노화 마인드셋을 향해 느리더라도, 중간에 또 넘어지더라도 계속 가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