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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묘 May 24. 2023

(에세이) 25. 연애는 작별로 끝나야 한다.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 중 어떤 게 더 중요할까? 자문하면서도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둘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데 구태여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인 관계는 어떤가? 끝이 시작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상형을 만나 환상적인 연애를 했을지라도 안 좋게 헤어졌다면 기억에 남는 건 쓰레기 같은 전 애인뿐이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순간이 괴롭고 억울할 것이며, 마음은 증오로 가득 차 상대방이 망하기만을 바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인 간의 이별 과정에는 반드시 작별이 필요하다.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려 사랑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거나, 짧은 기간 만났더라도 연인 사이였다면 반드시 작별해야 한다.


작별은 숭고한 의식을 치르는 게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 정도의 작은 배려는 성숙한 연애를 하는 방법이며, 나름의 해피 엔딩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배려를 하지 않아서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하지 말자.


이효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스타다. 그녀의 행보는 여전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녀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나 조차도 그녀가 누구와 결혼했고 어떤 언행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지 알 정도니 말이다. -철 지난 게시물일지도 모르지만-얼마 전에 그녀의 이별법에 대해서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상대에게 이별을 고할 때 직접 만나서 어떤 이유 때문인지를 밝힌다고 했다. 만약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별 조정 기간을 갖는다. 그 사람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주고, 힘들다고 얘기하면 들어주는 것이다. 사랑이 끝났더라도 밀도 높은 관계를 가졌던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그녀가 성숙한 연애를 할 줄 아는 사람이며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있는 사람이란 걸 방증한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비인간성을 가장 많이 느낀다. 사랑을 키워 갈 때는 별에 별 말들로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랑이 저물 때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지구는 둥글다. 자신이 쏜 화살은 돌고 돌아 언젠가는 자신에게 꽂히게 되어 있다.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배려받지 못할 것이고, 남 욕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도 욕 먹을 것이다. 사람에게 상처 준 사람은 자신도 똑같이 상처받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애인은 기간제 베프라는 아이러니한 말이 있다. 끝을 알면서도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웃기면서도 잔인하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베프와 몸을 섞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 비춰보면 애인과 맺었던 관계는 베프 사이 보다 한 차원 높은 관계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베프와 갈라설 때보다 애인과 이별할 때 더 예의를 갖춰야 한다. 소찬휘가 부른 '현명한 선택'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천사표 이별이란 없지만, 인간적인 이별은 필요하다. 그 방법이 이효리의 이별법만큼 성숙할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 수 있는 이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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