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검은 잉크의 힘
꽃꽂이, 테니스, 골프, 당구, 게임, 독서, 뜨개질 등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취미들이 있다.
그 무수히 많은 취미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나는 주저하며 얼버무린다.
"음..... 넷플릭스 보기?"
쉽게 묻혀가기 좋은 주제다.
어느 날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매월 회사에서 나오는 독서 포인트는 날리고 싶진 않아 온라인에서 책을 뒤졌다.
그러다 눈에 띈 필사책.
필사가 유행이라더니. 다양한 좋은 말들을 배울 수 있다니 이거라도 해보자.
필사에 어울리는 딥펜과 잉크도 샀다.
제법 그럴싸하다.
하지만 낯설다.
익숙해지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간 감흥 없이 써 내려갔다.
그러던 오늘.
처음으로 느꼈다.
글의 아름다움.
말의 아름다움.
정신없이 베껴 써 내려간 글들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니 글이 참 아름답다.
이토록 말이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살면서 적잖이 다양한 책들을 읽었지만 오늘처럼 글 자체에서 감동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
그간 나는 그냥 읽어 내려갔나 보다. 영혼 없이.
전 세계의 수많은 훌륭한 작가들은 그 글들을 써 내려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고 공부를 했을까.
나는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오늘에서야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필사를 했기에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나 닿을 수 없는 그 경지에 다다른 이들이구나 싶다.
아름다운 글귀들을 읽고 쓰고 있노라니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번져나가는 잉크와 펜 끝에서 느껴지는 사각거림.
그것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글귀들.
글의 힘이란.
이 얼마나 강력한가.
펜의 힘, 말의 힘이란 참으로 경외롭다.
오늘 읽고 써 내려간 글들이 비단 행복하고 즐거운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맺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너무나 눈부셨기에
마음이 따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