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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사탕이 May 13. 2021

비워야 사는 사람.

능력의 한계치를 경험하다…

육아는 또 다른 세계였다.

아이는 한시도 바닥에 내려놓는  용납하지 않았고 1시간을 토닥이고 온몸으로 재워도 20 만에 일어났다. 3시간이 넘는 잠투정으로 인내심도, 원래도 없던 체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체구마저 작은 나는 어깨, 허리, 관절 남아나는 곳이 없었다. 집안일을  때도, 화장실을  때도 아이는  품과 등에 붙어 떨어질 줄 몰랐고 머리를 감고, 씻을 시간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씻는 동안 남편이 보초만 설뿐 아이가 중간에 깨면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이는 계속 울었다. 19개월이 되어서야 내가 보이지 않아도 아빠품에 안기는 완벽한 엄마 껌딱지였다.




식탁위에 한 가득 쌓인 물건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육아 이외에 다른 것은 할 수 없는 사람임을 절실히 느꼈다. 내 능력의 한계를 깨달은 것이다. 푸르름이 보기 좋아 키우던 식물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해줬던 남편도, 정성 들인 인테리어와 깔끔하고 정돈된 살림까지도 이제 더 이상 내 영역이 아니었다. 올스톱이었다. 내 손길이 필요한 강아지 두 마리와 아이만 겨우 돌볼 뿐이었다.


손은 느리면서 물건은 신속하고 규칙성 있게 수납하고 싶었다.  나는 정리할 능력도 없으면서 정리가  되는  견디기 힘든 사람이었다. 다른 것들은 내려놓을  있었지만 집에 있는 내내 정리가 안된 살림은  이상 두고 보기가 힘들었다.  상태로라면 나는 육아도 즐겁게   없을  같았다. 전업주부가 되었으니 일을 병행하던 시절 이상으로 살림을  해내고 싶다는 쓸데없는 중압감도  자신을 괴롭혔다. 각자 잘하고 싶고, 포기할  없는 어떤 부분이 있다면 나는 살림이었다. 이제 능력치는 한계가 드러났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니 내가 감당할  있을 만큼의 물건만 소유하기로 마음먹고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버리겠다고 통보한 순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의 남편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살림은 오롯이  몫이었고 상대방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는 내게 없었다.


남편의 물건을 제외한  물건들을 보란 듯이 과감하게 처분해나갔다. 자신의 순서가  거라고 직감했는지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비움을 했고 남편은 달라진 집을 보며 순순히 자신의 물건들도 내놓았고 나를 지지해주기 시작했다. 이때 아이는 11개월 여전히 껌딱지인 아이를 등에 업고 블로그에 비움을 기록하며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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