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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IE Dec 27. 2021

브런치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누적 조회수 50,000 돌파!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내 생일 다음으로 좋아하는 날이다. 아니, 사랑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리를 가득 메운 빛나는 전구들, 여기저기 빨갛고 초록빛으로 물든 장식들, 가게에서 울려 퍼지는 그루브 한 재즈 음악, 한 해를 마무리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한 마디와 선물을 준비하는 시간들, 연말이라는 이유로 오랜만에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고 바깥은 추워도 실내는 뜨끈하게 온도를 유지하며 몸을 녹이는 그 시간.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날인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내게 단순히 휴일이 아닌 내 마음속의 축제의 날이며 일 년을 고생한 나에게 스스로를 격려하는 날이랄까? 호탕하지만 은근 아기자기한 성향을 지닌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그 분위기 덕분인지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 되었다.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대비할 준비를 한다. 크리스마스나 겨울의 미국이나 유럽 거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찾아보고 트리를 준비하고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을 구매하곤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끝난 12월 26일에는 다시 한번 D-364라며, 내년의 크리스마스를 아이처럼 기대한다.


하노이,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2019.12)

그런데, 이렇게 준비했던 것이 서운하게도 근 3년 동안 크리스마스 주간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당일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었다.


2018년에는 남편(그 당시는 남자 친구)이 감기몸살이 심해 병간호를 하면서 그는 방에 누워있고 나는 혼자 해리포터를 봤다.


2019년에는 크리스마스에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그래도 나름 크리스마스라고 대사님이 준비해 준, 하노이에서 굉장히 예쁜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즐겼다. 뭐, 나름 특별한 크리스마스였을지도 모른다.


2020년에는 몇 년간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캠핑을 계획했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크리스마스 4일 전에 회사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였고 당시에는 지금과 다르게 같은 사무실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어 제주도 사택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냈었다.



3년 간을 아쉽게 보냈지만, 올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리디스크로 휴직 중이라 어디 멀리 가는 것은 대단한 사치인 데다가 치아 신경치료를 한 부분에서 염증에 낭종까지 생겨버려서 12월 20일에 치과에서 나름 큰 수술을 하게 돼버린 것이다. 원래 홈파티를 즐기기 때문에 집에서 쉬는 것은 괜찮았는데, 맛있는 걸 많이 먹지 못한다는 것이 속상하기도 했다.


수술을 하고 쉬면서 허리디스크 관련 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는 매거진에 올릴 글을 쓰고 다듬었다.


10월에 한 결혼식 이야기였는데, 허리디스크로 인해 입장하기 전 메이크업 샵부터 신부대기실까지 운동화를 신고 예식을 진행한 나의 이야기였다. 22일에 첫 글을 올리고 어디서 보시는지 몰라도 가끔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이 또 몇 개의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것을 보고 잠이 들었다.


https://brunch.co.kr/@con2world/23



띵동~ 조회수가 1,000을 돌파하였습니다!


23일 아침, 브런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누가 라이킷 또 눌러줬나 보네~' 하면서 어플 알람 창을 봤는데, 잉??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고?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 글은 언제쯤 흥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브런치에 '조회수'로 검색을 했다. 대부분 이렇게 조회수가 잘 나오는 경우에는 다음 메인, 혹은 브런치 메인에 올라온 글이라고 했다.


빠르게 '통계'탭을 눌러보았다. '기타'로 표시된 부분에는 다음의 메인 주소가 적혀 있었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온 것이다. 다음 메인에 접속해 내 글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탭을 하나씩 눌러보았다. 브런치 탭에도 기사 탭에도 내 글은 없었다. 대체 어디 있는 것이지.. 하던 차에 굉장히 뜬금없는 곳에서 내 글을 발견했다.


'스타일' 탭에 내 글이 있는 것이었다!!



운동화를 신은 본식 스냅을 함께 올렸었는데, 그 사진이 메인에 뜬 것이다. 왜 스타일 탭에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특별한 스타일링이어서일까.




사실 7년 전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졸업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당시 나는 기자를 준비하고 있었고 한참 사회 이슈에 대한 칼럼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기자를 준비하고 있었으니 시험을 준비할 겸 글도 많이 썼던 때였다. 그 당시에 중앙일보에 <대학생 칼럼>이라는 파트가 있었는데, 대학생들에게 칼럼을 기고받아 당선이 되면 매주 토요일마다 실제 지면에도 실릴 수 있었다. 메인 일간지에 글이 실린다는 것은 기자 준비생으로서 굉장한 영광이었고, 열심히 다듬은 글을 기고하고 당선되었을 때는 너무 기뻐 정말 동네방네 자랑도 하고 신문도 사서 예쁘게 오려 고이 간직했었다. (아래 기사는 당시 내가 작성했던 칼럼!)

https://www.joongang.co.kr/article/16954822#home


그 당시에도 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한다는 것에 큰 기쁨과 보람, 자부심 등등 엄청난 감정을 느꼈었는데, 7년 만에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브런치로부터 정말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조회수가 5천을 돌파하고 친구 이외에 첫 구독자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까지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은 조금 슬픈 부분)



12월 23일부터 오늘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내 글을 봐주셨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확인해 본 결과, 27일 오후 4시 기준 57,238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23일에 약 26,000의 조회수 이후 오늘까지도 잔잔하게 조회수가 몇 천대를 올리고 있다.

        


2021년의 나를 설명하자면, 참 복잡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결혼이라는 큰 기쁨도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허리디스크로 인해 내 일상이 많이 빼앗겼고, 병가와 휴직으로 일을 거의 6개월이나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한 우울감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하지만,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글을 쓰면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털어냈고 몇 안되지만 받았던 라이킷으로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내가 더 힘을 낼 수 있게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다니. 지난 일주일은 정말 빈틈없이 감사하고 행복했던 한 주였다.


아직은 구독자도 적고, 조회수도 글 1개만 높은 실정이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글을 써나갈 것이다. 브런치에게 받은 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다시 한 번 브런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나 위로를 전달해 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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