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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IE Jan 06. 2022

업무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다

타인이 오히려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몰라

'타인의 인생을 바꾸는 일' 내가 가진 내 인생의 비전이다. 특히 노동을 통해 타인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다면 참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분야에 들어 온 근본적인 목적과 이유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고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내가 있는 부서는 해외 대학과 교류를 통해 한국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보람되다고 느낀 일은 내가 맡은 업무 중 하나인 <대학원생 장학지원 사업>인데, 해외 유수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석박사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다. 이 사업은 해외 대학과 소통을 통해 장학생을 선정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장학금 공모에 지원하면 절차를 거쳐 장학생을 최종 선정한다.

 

그 중 내가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일본지역 대학원생 장학지원> 같은 경우는 일본 내 유수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하였는데, 다른 협약형 사업과는 다르게 이 사업은 우리 재단 신청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장학금 공모에 응하고 있다. (타 협약형 사업들은 대학에서 추천을 받아 재단이 승인하는 시스템이다.)


올해는 내가 사업을 개편하여 협약을 맺은 대학 뿐 아니라 협약이 없어 지원 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재단 홈페이지에서 직접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사업에서 조금씩 개선점을 찾아 제도를 바꾸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사업은 장학생 후보자가 직접 서류를 응모하기에, 장학금 서류를 읽으면서 뿌듯했던 경험도 있고 펠로십 사업의 특성 상 수혜자들이 감사를 많이 표하는 편이기 때문에 보람을 크게 느낀다. 특히 올해 장학금 신청을 받으며, 두 가지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껴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신청서 중 한 학생은 한반도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하게 된 계기가 친구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야기는 나눈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이 학생은 지식이 없었기에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고, 이 경험으로부터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현재의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으며, 한일관계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느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 학생의 신청서가 내게 보람을 준 이유는 내가 일본어를 전공하게 되고 이 분야로 오게 된 것과 어쩌면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부터 근현대사라는 과목을 매우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한일관계에 관심이 참 많았다.


일본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했던 나는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러다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신청자는 왜 한국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는지를 작성하면서 역사문제를 공부함으로써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동기를 가진 학생이 연구자가 되고, 논문을 발표하고 한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인사이트가 되어주고, 재단에 대해서 한국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게 도와주는 것. 이 사업의 목적이고 이런 것에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어 참 뿌듯했다. 앞으로도 이런 동기를 가진 일본 학생들이 많이 나와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안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 밝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생은 내게도 큰 의미를 가졌는데, 이 학생은 2018년에 내가 인적교류사업을 담당할 때 기획했던 <한일대학생 교류사업>의 일본 대학생 수혜자다.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한국 외교부, 김대중 대통령 관련 기관 방문, DMZ 등 한일관계와 한국의 문화, 역사에 대한 기관들을 방문하고 한국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관련 분야를 더 탐구하고 싶어졌고, 이 것이 대학원 진학의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한일 양국은 매우 가까워졌고, 그 당시엔 한일관계가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20주년을 기념하여 조금이라도 경색된 한일 관계가 풀어지기를 기대하며 다양한 일정을 기획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한국어를 잘하는 귀여운 일본학생 정도로 생각했는데, 한일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대학원 진학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키워가는 점이 매우 기뻤다. 더불어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내가 하는 노동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완벽한 서사라고 생각이 들어 더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두 학생은 신청서 내용 뿐 아니라 논문의 주제나 학업 계획서도 매우 우수하게 작성되었었다. 사실, 당락을 좌우하는 권한은 없고 신청서 평가는 저명한 교수진의 몫이다. 심의 결과 역시나 이 두 학생은 장학생으로 합격하여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다.

아마 이러한 케이스가 없었다면 나는 회사에서 조금 더 지쳤을지도 모른다. 자극을 받으며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러한 신청서들은 꽤나 좋은 자극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성장하게 된 내 자신에게도, 이 사업을 통해 수혜를 받은 장학생에게도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더불어 내가 올해 운영했던 이 사업의 수혜자들이 나중에는 더 좋은 연구자, 교수가 되어 한일관계에 큰 획을 그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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