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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NIE Mar 09. 2022

꾸준함에 대하여

나는 꽤 꾸준하지 못할까

오늘 강원국 작가의 라디오에서 우연히 한국은행 출신으로 경제서적을 출간한 작가가 출연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의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최근의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서 듣는 것은 지루한 주행 길에 소소한 재미가 되어주었는데, 그 와중에도 그의 이력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하실 생각입니까?”


제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을 잘했다기보다는 그 시간 동안 ‘깊이’를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은퇴 후에는 제가 가진 경제 지식들을 학생들이나,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작가는 한국은행에서 무려 38년을 근무하고, 올 9월 은퇴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한 직장에서 38년이라니, 고작 직장생활 만으로 6년 차인 내가 보기에는 그 세월이 참 대단했다.


결국에 성공하는 사람은 꾸준한 사람


예전에 책에서인가, 결국에 마지막 승기를 드는 사람은 꾸준하게 한 길만을 걸어온 사람이라고 했다.  가지 일을 붙잡고 성실하게, 깊게 이끌어간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남편과 퇴사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속상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꾸준하지 못하는 나 때문이다.


첫 직장에서도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는 상황이고 꽤나 좋은 회사에 다녔지만 20대의 패기로, 꼭 정규직이 되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열심히 공부해서 정규직 자리에 들어왔었다. 당시 나와 같이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친구들은 아직도 그 회사에 잘 적응하고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정규직으로 옮긴 것은 좋았지만, 당시에는 고려하지 않던 회사의 본사 이전(본사 이전은 알고 있었지만, 서울-제주 주말부부쯤은 독립적인 나에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과 나의 결혼, 남편의 직장이라는 고려사항들이 생겨났다. 남편은 기술사무직으로 (문과보다는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대기업에 근무 중이고, 나는 솔직히 말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분야의 공기업에 다니고 있으니, 정년보장이라는 장점을 제쳐두고도 전문성을 따지면 회사를 옮겨야 하는 것은 나였고, 해외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이기에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로에 수렴하는 사람(남편)과 그래도 서울로 가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나) 중 회사를 옮겨야 하는 역시나 나였다. 더군다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기에 왕복 10시간의 주말부부생활에 백기를 든 것 역시 나였다. 모든 원인이 나고, 모든 선택이 나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꾸준하지 못하는 건 결국은 나 때문일까, 아니면 나를 이렇게 만드는 상황 때문일까.


나도 어딘가의 회사에서 30년 정도 근무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저렇게 라디오에도 나와서 ‘전문가’라고 말하고 싶고, 그동안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강연도 다니고, 젊은 사람들과 나의 역사를 공유하고 싶은데, 이미 꾸준하지 못하는 나는 수명을 다 해버린 수정테이프가 드르륵하듯 띄엄띄엄한 인생이 적혀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다음번에 내게 주어질 일에서 나는 꾸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새로운 내게 닥친 위기들로 내가 한 선택들로 나는 또 분절된 인생을 살아갈까. 뭐든 답은 없겠지만 이제는 내 인생이 좀 더 꾸준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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