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을까? 내 집
가을이면 전세 만기라 봄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서둘렀던 표면적 이유는 싸고 괜찮은 숨겨진 집을 찾기 위해서였지만 사실 폭등한 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정체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깡통전세에 대해 떠들어댔고, 거래절벽이지만 하반기에 집값이 상승할거라는 신경이 곤두설 얘기들만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인지, 아직은 시기상조인지는 집을 알아보며 판단해 보기로 했다.
매매와 전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집 찾기에 돌입했다. 대신 지금 사는 동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이라는 전제하에!
아이가 있다보니 여러 조건들이 많이 따라붙게 되었다.
신랑과 나 둘 뿐이었다면 산꼭대기 전망 좋고 조용한 곳이라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한창 커가는 아이가 있고, 아이의 교육과 주변환경을 무시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지금은 이 곳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우리 동네에 있는 모든 아파트들을 모델하우스 구경하듯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집 저집 둘러보며 느낀점은 사람들이 집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참 다양하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매매를 할 경우에는 당연히 올리모델링을 감행할 계획이었고, 전세일 경우에는 최대한 깨끗한 집에서 2년을 보내고 싶었다.
나도 신랑도 집을 굉장히 깨끗하게 관리하는 편이고, 청소와 정리가 몸에 베인 사람들이라 청결하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와 반대인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것 같았다.
세입자들이 살았던 집 치고 깨끗한 집은 보지 못했다. 안방 화장실에서 흡연을 했는지 화장실 천장과 환풍구가 흙색인 집도 있었고, 집 안에서 무얼했는지 마룻바닥이 다 일어나 금방이라도 발바닥에 피가 날 것만 같은 집도 있었다. 곧 나갈 집이라 작정하고 청소를 하지 않았거나, 내 집이 아니니 함부로 사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그래도 어쨋든 계약기간 동안에는 내가 매일 밥을 먹고 씻고 잠을 자는 공간인데 어쩜 이렇게 사용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와중에 몇몇 컨디션이 괜찮은 집도 있었다. 전에 살았던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나가고 난 자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가끔 휴게소 화장실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와 같은 에티켓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문구였는데, 이번에 집을 보러 다니며 저 문구가 집을 보고 나올 때마다 생각났다.
그래서 최근 나는 더 열심히 쓸고 닦고 청소를 했다.
곧 나가야 할 이 집을 나의 뒷사람에게 깨끗이 물려주고 싶었다. 들어오는 사람이 “와~ 전에 살던 사람 너무 집을 깨끗하게 잘 썼어.”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내가 저 말을 직접 듣지 못하겠지만. 내가 듣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하는 것 또한 썩 좋은 일이 아니니까.
아무튼 우린 아직도 우리의 집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 만큼은 분명히 결정했다.
어떤 집을 가서든 우리는 지금과 같이 깨끗하고 아늑하게 우리의 방식대로 집에 애정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걸.
내 집이든, 내 집이 아니든 상관없이 온기를 듬뿍 담아 줄 것이라는 걸.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나의 마음과 정신의 한 부분이 형성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새겨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