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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맏딸 May 10. 2023

영숙’s answer. 지점토 공예 거울 깨뜨린 이야기

엄마 인터뷰 23차__Q.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었나요?



영숙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고 나서문득 어학사전에서 취미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취미(趣味명사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 취미 생활.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 취미를 기르다.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 수학에 취미가 있다.     


이렇게 깊은 뜻이었던가?’ 싶어서 새삼 놀랐다어쩌면 영숙이 나처럼 어학사전을 찾아보고서 답변을 망설이는 게 아닌지 걱정했지만영숙은 너무나 명쾌하게 답했다노래방 가기지점토 공예뜨개질이 취미였다고          





Q. 엄마마음에 위안을 받았던 취미가 있었어?     

        







노래방이 한창 성업 중이던 때 친구들이랑 많이 갔었어. 단란주점에 간 적도 있고. 한번은 친구 생일인데 친구 남편이 술을 산다고 해서 여럿이 단란주점에 갔어. 엄마는 당시에 술을 잘 마시지도 못했어. 그런데 마음 놓고 마셔서 그런지 살짝 취해버렸어.      


우리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친구 남편이 엄마를 부축해서 초인종을 눌러주셨지. 근데 아빠가 나온 거야. 일행들을 보내 놓고는 난리가 났지. 뭐, 그럼 같이 가자고, 가서 인사시켜 주겠다고 해도 안가. 화가 나면 그때 일을 끄집어내서 ‘술에 취해서 남자 부축이나 받고 들어왔다.’ 하면서 호통을 쳤지. 그런 일이 있었어.    


 



그리고 진짜 좋아했던 취미는 지점토였어. 기억나지? 못 쓰는 냄비에 지점토로 나뭇잎이며(도토리였나?) 여러 모양을 만들어 붙인 다음에 색칠해서 쓰레기통으로 쓰고. 휴지 케이스도 만들고. 꽃다발을 만들어 욕실에 걸어놓고. 스탠드도 만들고.      


거울은 테두리를 장미꽃으로 장식해서 걸어 놓았는데, 그 앞에 서면 ‘거울아, 거울아….’가 생각나서 신데렐라 새어머니가 된 것 같던 기분. 지점토는 처음이었는데, 책 한 권 사서 보면서 잘 따라 할 수 있었어. 섬세하게 만들어야 하는 장미꽃 같은 것도 제법 예뻤어. 그렇게 만드는 게 너무 좋았지.     





그리고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흡족해하는 건 뜨개질이야. 코바늘뜨기. 학창 시절에 아주 간단한 기초는 배웠고, 시집오기 전에 친구가 코바늘로 무언가 뜨고 있는 걸 보고 책을 한 권 사서 같이 떴었어. 너희들 어릴 때 식탁보로 썼던 게 바로 그때 만든 거였지. 테이블보가 2개 있었는데 처음 뜨는 거라 작은 걸 떴어. 큰 도안이 훨씬 이뻤는데.     


30년도 더 지나서야 소망하던 그 큰 테이블보를 떴어. 그게 네게 준 그거야. 6개월 걸려서 뜬 거…. 아기자기한 무늬를 조합해서 작은 덮개도 떠 주었지. 시인 아줌마네 커튼도 떠 드렸고. 모자도 여러 개 떠서 나눠줬지. 가방도, 휴대폰 가방도.      





그러고 보니 꽤 되네! 모두들 기뻐하며 받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 엄마가 만들어 준 걸 착용하고 같이 외출할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았지. 뜨개질 그 자체가 좋아. 뜨다 보면 잡념이 없어져서 좋은 건지. 뭔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뜨개질 책 사려고 몇 번이나 돌아다녀 봤거든. 광주 갔을 때, 그리고 서울 갔을 때. 없더라, 볼만한 책이. 그래도 이젠 유튜브에 신기로운 것들이 줄줄 나와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기술이 필요한 무늬라도 동영상으로 보니까 쉽게 이해가 되고. 참 좋은 세상이다.      





참 다행이다정신없이 하루하루 살아내는 와중에도영숙이 자신의 마음을 둘 취미 거리 몇 가지쯤은 손에 꼭 쥐고 있었다는 게요즘은 취향이라는 멋들어진 말을 더 많이 쓰지만그 시대 수많은 영숙에게도 취미라는 촌스럽지만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했다영숙이 심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앞으로 뜨개질을 못 하는 날이 오더라도영숙이 손쉽게 심취할 만한 취미가 곁에 딱 하나씩 정도는 남아주면 좋겠다     

       

           



☎ Behind     

엄마, 내가 지점토 거울 깨 먹은 거 기억나?

어.

그 거울 진짜 컸고, 엄마가 공들여 만들었잖아.

생긴 것도 기억나?

응 기억나. 동그란 거울을 장미로 둘러놨어.

분홍색을 칠했던 것 같고.

맞아. 뭔가 핑크색 비단이 

거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한 모양이었어.

근데, 어쩌다 깨졌는지 기억은 나?

아니.

전혀 안 나?

그럼 깨진 이유 내가 알려줄까?

그래.

겨울이었고. 명절 준비를 하고 있었나 봐.

내가 색동한복을 입었는데,

한복 입고 걷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거울을 바닥에 뉘어놓고 그 위로 걸어가다가 

쫘좌좍-하고 거울이 갈라졌어. 





뭐? 거울을 세워놓은 게 아니라, 

거울을 눕혀놓고 그 위를 걸어갔다고?

응. 바닥에 눕혀놓고. ㅋㅋㅋ

그래도 발 안 다쳐서 다행이네.

그때도 아마 안 다쳤냐고 물어봤겠지?

그래서 안 혼났을지도 몰라.

근데 지점토 공예품 사진이 하나도 안 남아있네.

엄마랑 내 기억 속에만 있고.

그러게, 하나도 없네.

너무 아쉽다.

옛날엔 밖에 나갔을 때만 사진을 찍었지.

집 안에서는 안 찍었어. 

사진은 특별한 거였으니까.

그랬구나. 그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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