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터전에서는 여전히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생기곤 한다. 하루하루 겸손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내일이란 하루는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다소 긴장감이 배어있다. 올해는 처음 겪는 사건으로 인해 평년과 다르게 인사이동이 늦어지고 있다. 승진과 수평이동의 결과를 놓고 누군가의 기쁨과 탄식이 교차할 것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 수 있는 마음이 그립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직장은 전쟁터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고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자신의 강점을 정확한 시점에 최대한으로 어필해야 인정받는 정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반복적이며 기계적인 패턴인 듯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긴장감이 지나쳐 몸을 힘들게 하고, 정신적으로는 자괴감을 안기기도 한다. 직장생활이 삼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에는 "사람을 다루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경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꿈꾸는 것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각자의 개성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동시에 개인의 강점을 발굴하고 약점을 보완해서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한다. 그리고 숫자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자기 자신과 자기가 소속된 팀만을 중요시하는 이기적인 모습에 갇히지 않도록 말이다. 인사고과를 할 때 KPI 달성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포용력도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에서 서로 간의 반목이나 무관심을 제거해야 한다. 개인 간의 에티켓, 매너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경쟁은 치열하게 하되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지 않는 것, 그리고 뒤에서 헐뜯는 말로 상대적 박탈감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에티켓(Etiquette)은 공공을 위한 안내표 또는 입간판의 의미로 고어 Estiquier(붙이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형이다. 영어로 표기하면 Tag, Label(꼬리표) 정도의 의미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화단에 세워진 입간판이 있었다. 입간판에는 "화단을 해치지 않도록.."이라고 써 놓았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표현이 점차 바뀌어서 나중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면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에티켓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자세를 말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매너(Manners)라는 단어가 있다. 라틴어 "Manuarius"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로 "Manus"와 "Arius"의 복합어이다. Manus는 손(Hand)이라는 뜻과 더불어 사람의 행동, 습관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Arius는 "more at manual, more by manual"의 뜻으로 "방식, 방법"을 말한다. 결국 매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습관 내지 태도"를 말한다. 매너는 무엇인가를 진행할 때 바람직하고, 유쾌하다는 감정에서 생겨난 습관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물건을 다루는 방법, 타인과의 교제하는 방법, 몸짓에 관한 것이다. 오랜 기간 타인과의 교제 속에서 정착되어 온 개념이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필요한 "공공의 약속, 공공장소에서의 유의사항"을 이야기하는 에티켓,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물건을 소중하게 다룬다"라는 의미의 매너. 이 두 가지 개념과 더불어 동양에서의 "예의범절(禮儀凡節)"이 가미된 사회적 가치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십 년간 생활해야 하는 직장에서 나름대로의 기준은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만의 확고한 고정관념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자신의 판단만이 정확하다는 확고한 신념은 상대방과의 공감능력이 점점 상실되어 간다는 의미이다. 경험이 많다는 것, 노련하다는 개념을 생각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한 가지, 그동안의 경험이 쌓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석화되어 퇴적(堆積) 된 모습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이 멀어지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주위를 돌아보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그래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적(蓄積) 된 모습으로 끊임없이 적응해가는 직장인이 되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고사 성어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한문 선생님이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신 구절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봄날, 처마 밑에 집을 지은 제비들이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었다. 무슨 노래인가 가만히 들어보니 사람들이 표현하는 "지지배배"가 아니라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라고 지저귀고 있었다고. 한문 선생님 덕분에 지금도 이 구절을 외우고 있다.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일화이다. 공자는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유(由)야. 자네에게 어떤 것을 안다는 것에 대해 말해주겠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일세(是知也)." 직장생활에서 소통을 위한 이러한 결단은 주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될 것이다.
(2021.11.05. 맑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