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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Oct 19. 2023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느리게 읽는 책,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삶이 퍽퍽하게 느껴질 때면 따뜻한 여행지에서 온몸으로 맞이하던 상쾌한 바람이 그리워진다. 바람이 느껴진다는 것은 바로 지금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하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공허감을 느낄 때 우리는 인생에 바람을 초대해야 한다.






화면이라는 액자에 갇힌 사람들




  이 책의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프랑스 소설가이자 철학자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성으로 손꼽인다. 세계적 지성이 나의 인생에 바람을 정말 초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그는 바람을 초대하기 이전에 지금 우리의 인생은 바람이 없고 건조하다는 사실을 짚어간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위험하지 않은 전율을 제공함으로써 공허를 견뎌내게 한다. 그러나 그 풍부함은 가짜라는 데 비극이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디지털시대는 산만함의 승리와 주의력의 몰락으로 대변된다. 우리는 더 이상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매 순간 새로운 만족을 추구한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p62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생산성이 극대화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디지털시대는 생산성의 시대라기보다는 저생산성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나를 봐달라며 울리는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나를 방해한다. 무엇이건 검색창에 치면 바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편리성은 궁금해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계속 나의 답이 아닌 남의 답을 찾느라 시간을 보낸다.  



시간의 가속화는 삶이 바빠짐으로써 충만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소용돌이는 허무를 낳고, 수 없이 마음을 다잡아보아도 그날이 그날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에는 균열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p79


  무엇이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모두가 갈수록 더 바빠지고 있다. 그런데 큰 오해 중에 하나는 바쁘다는 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빠르게 반복되는 일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그게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어려운 요즘이기에 그 소용돌이에서 만들어진 허무라는 구멍은 여간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그러한 허무와 공허감은 다시 스마트폰, TV 화면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디지털이 만든 작은 액자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위험한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지만 우리는 절대 위험할 일이 없다. 만족하는 듯 하지만 그저 소모되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20세기말 미국에서 "카우치 포테이토 Couch Potato"라는 말이 나왔다. 소파에 널브러져 시선은 텔레비전에 고정한 채 입으로는 감자칩을 곁들여 쉴 새 없이 맥주나 탄산음료를 들이켜는 족속을 가리키는 말이다. 텔레비전, 동영상, 비디오게임이 어린아이들을 한자리에 붙잡아놓는 '베이비시터'가 된 지 오래다. 어디 애들뿐인가, 어른도 화면만 들여다보고 동영상을 과다 섭취한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p151


  이렇게 화면이라는 액자는 우리에게 세상 어디든 보여주고 확장시키는 듯 하지만 오히려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큰 독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이 책의 원제는 "le sacre des pantoufles" 번역하자면 슬리퍼 대관식이다. 그의 글은 우리의 일상을 '슬리퍼'로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의 삶은 다양한 제약으로 빗장이 쳐졌다. 모든 가능성들이 막힌 답답한 상황은 오히려 방 안으로 세상 모든 것을 데리고 들어왔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일도 집에서 하고 심지어 오래 대기해야 먹을 수 있는 맛집의 음식까지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은 슬리퍼와 가운차림으로도 충분했다.

 


온종일 이 가운 차림으로 지낸다는 것은 생활을 지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손쉬운 편안함을 추구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보다 두 발로 곧게 서서 자신의 자세를 의식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p169


  사실 우리 문화는 슬리퍼와 가운을 잘 쓰지 않는다. 집에서는 맨발로 다니고 옷은 츄리닝과 같은 편한 옷들을 입는다. 휴일이 되고 약속이 없다면 우리는 그 상태를 벗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데믹이 출근일에도 출근 없이 집에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앞당겼다. 화상면접을 보는 사람들이 상의는 정장을 입고 하의는 반바지라는 편한 복장을 입고 면접을 본다는 것은 상상이 아닌 이미 현실이 되었다.  


  복장이 편할수록 마음도 편해진다. 변화에 무색해지고 다양한 시도와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편리함은 사람을 웅크리게 만들고 일상을 비몽사몽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사랑하고 욕망하기를 멈추게 되는 비극이 벌어지게 된다. 하루가 끝나고 묵은 옷과 신발을 벗고 편하게 입고 신는 슬리퍼와 가운이 우리 인생의 바람을 제대로 막은 것이다. 마치 슬리퍼와 가운이 만든 편안함이라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슬리퍼 차람의 영웅, 모험가, 특파원을 상상할 수 있는가? 슬리퍼를 벗을 일 없는 삶은 구두나 스니커즈를 신고 리듬감 있게 걸어가는 삶만큼 흥미롭지 않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p168


  그렇기에 저자는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슬리퍼를 벗고 구두나 스니커즈를 신고 리듬감 있게 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슬리퍼를 집어던져야 한다. 그리고 경험할 수 있는 가능한 한 많은 문을 열어야 한다.


안과 밖의 생산적 긴장은 문과 덧문이 살짝 열리면서 양측의 공기가 순환할 때 발생한다. 우리를 마비시키는 불안에 대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우아함으로 맞서야 한다.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도피가 아니라 역경과의 정면 대결이다.

-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p240









결국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일상에 순환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을 열고 슬리퍼가 아닌 신발을 신고 리듬감 있게 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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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인플루엔셜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출판사가 직접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그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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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 Pixabay


- -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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