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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Aug 29. 2023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느리게 읽는 책,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당신의 부고문을
적어 본 적이 있나요?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지인의 가족 부고를 전달받았다. 나에게 '부고'는 가끔 울리는 카톡을 통해 지인의 슬픈 소식을 듣는 것이다. 


[訃告]

故 ㅇㅇㅇ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아래와 같이 부고를 전해 드립니다. 
...



  갑작스러운 소식에 대한 놀라움과 당사자의 황망함을 생각하며 부고에 이어진 링크를 누르면 '상주'와 '오시는 길'이 나온다. 이러한 메시지에는 안타깝지만 어떠한 이야기도 들어있지 않다. 물론 경황이 없기에 어떠한 이야기를 담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 특히나 그 당사자가 나의 지인이라면 나 또한 불현듯 몰려오는 먹먹함에 일상이 멈추곤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부고'의 정의는 '사람의 죽음을 글이나 인편을 통해 알리는 상례의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고를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고 전하는 사람이 있다. 제임스 R. 해거티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부고 전문기자이다.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단 하나뿐인 부고 전문기자로 유명한 사람뿐만 아니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해 지금껏 800여 명의 인생 이야기를 부고라는 방식으로 써왔다. 


'부고'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신문이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사망 공고이다.
두 번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속들을 포함한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쓰는 더 길고 풍성한 인생 이야기이다.
...
부고는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을 지닌 글이라고 생각한다. 

- 제임스 R. 해거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인플루엔셜, p31 


  그가 부고 전문기자로 지금껏 써왔던 부고는 후자이다. 사망 '공고'가 아닌, 사람에 대한 '글'이며 삶을 이야기로 만드는 기자인 것이다. 사실 부고 전문기자라는 것은 어쩌면 어렵고 섬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이야기한다.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임신하는 것이 아니듯,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닙니다." 



당신은 부고 전문기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사실 나도 몰랐다.   




누구도 나의 부고를 나보다 잘 쓸 수 없다




  저자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부고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가족들에게 고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 대부분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인생에서 다른 길을 놔두고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지인과 가족일지라도 모든 순간을 같이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고는 타인이 완성할 수 없다. 


  누구도 나의 부고를 나보다 잘 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 삶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돌아보며 기록하고 남겨 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정할지라도 스스로의 부고를 어떻게 써야 할지는 대부분 잘 모른다.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물론 예전과도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 부고는 우리의 장례문화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서양과 같이 장례식장에서 누군가가 나와 추도문을 읽고 함께 듣고 나누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거의 없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은 고인의 사인에 대한 궁금증과 물음은 있지만 오히려 고인의 살아온 일생과 주고받은 일상의 시간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슬프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고를 통해 삶을 이야기로 만든다는 것이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러한 것은 위대한 사람이나 유명인들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아니다!! 우리의 삶은 모두 위대하며 유일하며 멋지다. 그렇기에 부고와 추도문은 만들어져야 하고 가능하다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나의 부고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나니까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하는가? 저자는 그 이야기를 쓰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 제임스 R. 해거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인플루엔셜, p82


  생각해 보면 부고문은 어떠한 글보다도 진솔하고 명확하게 나를 표현하는 글인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스스로가 하고자 했던 것, 그 이유와 달성여부는 나를 알 수 있는 질문이다. 그 외에도 "가장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무엇이 당신을 큰 소리로 웃게 하는가?".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당신의 묘비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가?" 등 질문들이 나만의 이야기를 찾게 만드는 물음인 것이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부고와 삶이 담긴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새뮤얼 피프스의 부고였다. 


SAMUEL PEPYS  1633~1703

영국 해군 행정관으로 근무. 왕정복고, 런던 대화재, 대역병 등 17세기 일상을 끈질기게 기록한 역사적 일기의 주인공. 


- 제임스 R. 해거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인플루엔셜, p386


  피프스는 10여 년 동안 일기를 치열하게 써왔고 그의 일기는 스스로의 부고문이기도 역사의 기록이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가 쓰는 일상의 글들도 충분히 부고문이 될 수 있다. 누군가와 주고받는 편지나 이메일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의 부고문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3273706




나의 추도문 



  앞서 이야기했듯이 '누구도 나의 부고를 나보다 잘 쓸 수 없다' 부고는 남겨진 자들을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나를 위한 지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미 나의 추도문을 써놓았다. 물론 앞으로 수정되기도 하겠지만 이 추도문을 쓰기 위해 몇 년을 고민했으며 수많은 책들과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지혜로운 21세기 선비와 같았습니다.

부드러운 미소와 공손한 말투, 겸손한 몸가짐으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 늘 진심으로 대했습니다. 배려심 깊고 경청하는 성격으로 주변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사람이나 일에 대해서는 애정을 담아 거절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고인은 가족들을 지극히 사랑했습니다. 늘 유쾌하고 현명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기 위해 늘 노력했습니다.

고인은 ‘무엇을 하건 긍정적인 면을 찾고 현재를 즐기자’를 모토로 살아왔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이며 저녁에는 늘 하루를 돌아보며 가진 것에 감사하는 수행자였습니다.

그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주변에 모이게 하며 그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함께 일하는 데에 능력이 있었습니다. 말은 신중하게 아끼며 자신이 말한 것은 지키는 실행력과 하고자 하는 것은 꼭 해내는 과단성도 함께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고인은 모든 일에서 본질을 놓치지 않고자 책을 늘 가까이하고 배움에 목말라 있는 기록광이었습니다.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유여행을 좋아하고 1년에 한 번 마라톤 완주를 하는 뜨거운 마라토너이기도 했습니다. 늘 명상을 하며 마음을 수련하고 한글을 아름답게 잘 쓰는 명필이었습니다.

고인은 세상에서 자신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유니크함을 알게 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졌다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도 그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 '원웨이브'의 추도문


https://brunch.co.kr/@onewave/27


  추도문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이미 올렸지만 사실 이 추도문을 쓰는데 거의 10년이 걸렸다. 그렇기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들이었던 것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 제임스 R. 해거티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것 아닐까? 부고를 통해 나의 삶을 정리하는 것보다 그 과정을 통해 나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라고, 그 시간들이 모여 죽음이 나를 막을지라도 나의 이야기는 계속 전해질 것이라고. 



당신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건
기록하고 있나요? 




* 이 글은 인플루엔셜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출판사가 직접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그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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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 Pixabay


- 제임스 R. 해거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인플루엔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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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onewave/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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