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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Mar 21. 2023

남들 시집갈 때 나는 대학 간다.

11. 개강총회

학교 생활 중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30대 초반이 넘어가면서 관계의 폭이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미 알고 있고, 너무나 익숙한 소수의 사람들과 너무나 익숙한 장소들만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학교를 들어가기로 결심한 순간, 나의 학력 콤플렉스를 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확장시키고 싶었다. 

서로 친해지고 싶지만 아직 누가 나서기도 어려운 동기들 사이에서 과대가 개강총회 날짜를 잡았다. 

개강총회를 통해서 서먹한 동기들과의 사이를 조금 부드럽게 만들고 싶었고,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4년 동안 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일렬로 자리 앉은 20명 남짓의 우리 과 동기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달랐지만, 나와 뜻이 같고, 목표가 같은 친구들이었다. 

존댓말을 하며 데면데면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던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놓자는 제안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놓았고, 곧바로 편해졌다. 


단순히 존댓말에서 반말로 언어의 표현 방식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편해질 수 있다니 

새삼 언어에 따라 관계가 참 많이 달라질 수 있겠다 싶었다.


말을 편하게 하니 대화의 주제도 편하게 나왔다. 

서로의 직업, 사는 곳, 그리고 요즘 빠질 수 없는 더글로리, MBTI등과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나누기도

하고, 회사 생활하면서 겪는 일들, 또는 현재 고민들 같이 쉽사리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술의 힘을 빌어 토해냈다. 

입학 전 OT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를 향한 질문들이 오고 갔다. 

그런 질문과 답이 오가면서, 서로와 서로가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 삶에서 마지막으로 순수하게 만나게 될 관계들

이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4년 동안 유지한다면, 

나는 학사학위보다 더 값진 것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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