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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학교 선생님 Feb 14. 2021

초등학생과 화상 수업을 하면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며 화상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학부모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것이 굉장히 이상적인 수업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화면을 키고 수업을 하면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진다.

 화면에 발을 내밀고 있는 학생, 침대에 누워서 코딱지를 파는 학생, 마이크에 대고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학생, 자신의 방에서 기르는 기니피그를 보여주는 학생....... 수업 시간에 바른 자세를 하라고, 집중하라고 말 해 보았자 듣지도 않는다.


 언제 한 번은 수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쩝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먹방을 찍는 BJ들의 ASMR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수업을 잠시 멈추고 쩝쩝 소리 내는 학생의 화면을 보았다. 그 학생은 본인 때문에 수업이 멈춘지도 모르고 맛있게 과자를 먹고 있었다. 

 "얘야. 여기는 먹방 찍는 곳이 아니란다."

그 말을 듣자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과자를 옆으로 치운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화면을 꺼 버린다.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음소거도 한다.

 "000야. 화면 좀 켜줄래? 선생님이 너네 모습 봐야 하는데. 소리도 켜고!"

이렇게 타일렀지만 학생은 전혀 응답하지 않는다. 꺼진 검은 화면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또 어떤 학생은 수업 듣는 것이 지겨웠는지, 자신의 동생을 데리고 와서 화면 앞에 앉힌 뒤 본인은 다른 것을 하며 논다.


 이러니 선생님은 항상 26명의 화면을 보며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내가 겪은 일은 애교에 불과하다. 다른 학교에서는 더 심한 이야기도 들려왔다.

 한 학생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자, 엄마가 다가와 등짝을 때리면서 주의를 줬다. 그 장면을 본 다른 학생의 학부모는 곧장 경찰에 아동 학대로 신고했다. 세상에나! 자신의 아이에게 집중하라고 주의를 주었다가 경찰에 불려나가다니. 참 무서운 세상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화상 수업을 하던 중,  속옷 차림의 할머니가 화면 뒤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쌍방향 수업을 초등학생에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너무 많다. 인터넷 상태가 열악한 학생은 수업 시간에 튕겨져 나가기 일쑤다. 이들은 학습권을 침해받는다. 또한 쌍방향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20~30분이면 소진된다.


 서로 이야기하려고 소리 지르고, 화면 상에서 춤을 추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있다. 교사가 제지를 해봤자 그때 뿐이다. 3초 뒤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학부모와 상담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넣으면 귀찮은 티를 팍팍 내며 아이에게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 애 포기했어요!'라고 응답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런 일이 흔치 않기에 상담 전화를 넣기 전 교사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교권이 무너진 요즘 같은 시대에는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조금이라도 훈계하면 아동학대라고 신고 들어오거나, 우리 아이만 미워한다고 항의가 빗발친다. 학생들을 직접 대면해서 타일러도 말을 들을까 말까 하는데, 하물며 온라인 상에서는 통제가 되겠는가?


 코로나 때문에 초등학생 수업을 진행하기가 여러모로 쉽지 않다. 체육 시간에는 운동장에서 뛰고, 음악 시간에는 리코더를 불고, 쉬는 시간에는 짝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평범한 학교의 일상이 그립다.

 학생들을 학교에서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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