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불륜이란?
온라인 수업에서 벌어진 일
본 글에 나온 등장인물은 가명입니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민망하거나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게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금방 수습이 가능하지만, 요즘 같이 온라인으로 화상 수업을 진행할 때는 옆에 학부모들도 있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참 난감하다. 내 말 한마디가 자칫 하다가는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사회 화상 수업 시간 중이었다. 그 날 수업 주제는 '가족의 형태'였는데 핵가족, 확대가족에 대해 배웠다. 모든 내용을 가르치고 확인차 질문을 했다.
"나,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로 구성된 가족은 어떤 가족일까요?"
"확대가족이요!"
"그러면 나, 엄마, 아빠로 구성된 가족은요?"
"핵가족이요!"
수업이 잘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만약 부모님이 이혼하면 어떤 가족이에요?"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급에는 한부모 가정이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이 학생이 순수하게 물어본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혼해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는다면 핵가족이지요."
나는 답변을 한 뒤 수업을 마무리하려는데 또 다른 학생이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다.
우리 반에서 부반장이자, 손에 꼽히는 모범생이었다.
"선생님! 질문 있어요!"
"응? 뭔데?"
"불륜을 저지르면 무슨 가족이에요?"
맙소사. 초등학교 3학년이 불륜을 알고 있다니. 당황스러웠다. 평상시 속을 썩이며 돌발행동을 하는 학생도 아니고, 착실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올 줄이야. 몇 초간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있었다.
"저기요? 선생님?"
머릿속에서 괜찮은 답변에 대해 생각하느라 멍하니 있었다. 26명의 학생들이 전부 내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저기... 너 불륜이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질문을 한 여학생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바람피우는 거잖아요."
그런 것을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려다가 꾹 참았다. 화상 수업이라서 다른 학부모들이 보고 있을 터였다. 문제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
내 얼굴은 이미 사과처럼 붉어진 상태였다. 모니터를 통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으... 응. 지민아. 불륜이면 가족이 아니야! 핵가족, 확대가족 구분할 필요가 없어! 그냥 가족이 아니야! 자, 다음장으로 넘어가자."
다른 학생들은 내가 말을 더듬으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 웃겼나 보다.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불륜에 대한 질문이 파도처럼 밀고 들어왔다.
"선생님! 불륜한 상대랑 아이를 낳으면 핵가족이에요?"
"선생님! 불륜한 상대랑 아이 낳고, 원래 아내랑도 아이가 있으면 무슨 가족이에요?"
아침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막장 상황을 끌고 와서 질문하다니... 나는 '어버버' 거리며 정신을 못 차렸다.
학생들을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웃는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제어창을 통해 학생들을 전부 음소거시켜 버렸다. 비로소 잠깐의 고요함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전에 몇몇 학생들이 음소거를 해제했다. 그리고 짓궂게 계속 불륜에 관해 질문을 했다.
"애들아. 잠깐만! 불륜 이야기 이제 그만!"
엄격하고 단호하게 외쳤다. 그리고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껐다.
"후우, 후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화면을 켰다. 그리고 신나서 막 떠드는 학생들을 겨우 진정시켰다.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서 뜬금없이 불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그 누가 되었간에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오히려 더 놀리다니... 초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교육 경력이 더 쌓이면 이런 돌발 상황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