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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학교 선생님 Sep 02. 2021

캐나다에서 온 전학생의 급식시간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초등학교 1학년 X반.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다.

 한국인인데 캐나다에서 몇 년간 머무르다 올해 국내로 온 것이다.


 "실~래화 주뭐니! 갖꼬우~ 다녀야 해요우?"

외국에 있다보니 한국어도, 한글도 잘 몰랐다.

그래서 수업 시간내내 붙어 있다시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급식판을 들고 반찬 앞을 쭉 지나가면, 배식 종사원 분들이 음식을 준다.

내가 그 내용을 설명했지만, 아이는 내 말을 이해 못했는지 밥 앞에 떡 하니 식판을 내려놓는다.

 "얘야! 옆으로 가면서 음식 받아야지!"

그러니까 급식판은 놓고 몸만 옆으로 간다.

 "급식판 들어야지!"

그제서야 급식판을 들고 옆으로 이동한다.


내가 급식실 자리가 110번이라고 알려주었지만 다른 곳으로 간다.

그래서 간신히 붙잡고 자리에 앉혔다.

 "일, 일 공?"

 "그래. 거기가 네 자리야."


"다 먹었니?"

"네!"

"그러면 의자 넣고 나 따라와!"

그러자 아이가 의자 위에 다 먹은 급식판을 올려 놓고 나를 뻔히 쳐다본다.

 "아니! 의자에 급식판을 놓으라는게 아니고! 의자를 넣으라고!"

멀뚱멀뚱 쳐다보길래 의자를 대신 넣어주었다.


이제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야했다.

"자! 선생님 따라와! 음식물 버리는 방법 알려줄게!"

내가 앞장서서 가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내가 가는 곳과 정반대로 가 있었다.

그리고 급식 받는 곳에서 떡하니 급식판을 내밀고 있었다.


배식 종사원은 밥을 달라는 줄 알고 밥을 퍼 올렸다.

"안 돼요! 주지 마세요! 애가 외국에서 와 가지고 급식을 여기다 버리는 줄 온거예요."

배식 종사원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간신히 아이를 끌고 하나하나씩 알려주며 어떻게 음식물을 버리는지 알려주었다.


한참을 설명했지만...

눈을 보니 전혀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다른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하지만 그 전학생만 해맑게 손을 흔든다.

캐나다식 인사인가보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내일이 두렵다.

부디 학교에 빨리 적응하면 좋겠다.

열심히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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