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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13. 2024

논밭뷰가 유행이래요

일상의 맛 일상에세이

"논밭뷰가 요즘 유행이래!"

"그래, 맞아! 나도 들었어. 파밭뷰, 논밭뷰 요즘 이런 카페가 유행이라면서?"

'헉, 다들 아는데 나만 몰랐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아버님댁에 온 식구가 모처럼 함께 모였다.


아버님께서 손수 만드신 큰 나무 그늘 아래 해먹은 온가족 최고의 휴양지다.  밧줄을 나무 사이에 단단하게 매어낸 아버님표 그네 또한 단오날 댕기머리 곱게 딴 처녀들못지 않은 자태로 나무 사이를 한들한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재미가 있으니 아이들이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가는 명소이다. 나무에 매달려 있어 스릴있지만 위험하지 않게 단단하게 매어놓은 아버님표 그네는 그네타는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아버님께서 시멘트를 발라 만들어놓으신 호숫가 너른 마당에는 시원한 지하수가 수도세 내놓으라는 압박도 없이 콸콸 흘러나오고 있으니 아이들을 그 물을 받아다가 땅에 연신 뿌리기 바쁘다.  논밭일 할 때 쓰시는 쟁기, 호미는 모래놀이 용품보다 훨씬 정교하게 땅을 파기 좋으니 하루종일 땅을 파고 물을 뿌리며 놀다가 어머님 아버님께서 손수 농사지으신 고추와 방울토마토가 열매를 맺기 전 피워놓은 꽃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하고 난생처음 보는 벌레에 손사래를 치며 도망도 다니고 하다보면 하루종일 심심할 틈이 없다. 사방팔방이 놀이터가 되어주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아이들이 잘 놀아주니 어른들도 막간의 찬스를 이용하여 카페나들이를 계획해본다. 세련되고 예쁜 형님은 감성넘치는 카페투어를 참 좋아했고 덩달아 우리 모든 가족은 카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으니 가장 큰 변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시아버님이시다. 우리가 모이면 아버님은 약주 한잔을 거하게 걸치시곤 기분이 더욱 좋아지셔서 평소 같으면 볕 좋은 나무그늘 아래 누워 한숨 주무셔야 할 시간에 카페에 다녀오자고 성화를 부리시는 모습이 어린아이같이 귀엽기만 하다. 그런 아버님의 모습이 나는 좋은데 어머님은 또 못마땅해신다. 못마땅해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은 잠시 외면하고 우리 가족은 요즘 유행이라는 논밭뷰 카페에 다녀왔다.






세상에! 논밭뷰? 파밭뷰라니! 하다하다 별 뷰를 다 찾네!


심신이 지쳐 여유를 좇는 사람들이 물멍, 불멍에 이어 밭멍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 물멍도 좋고 불멍도 좋다.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세상 근심이 사라지고 평안해지는 유익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논멍이라니. 처음엔 조금 생소했다. 그런데 과연 카페감성과 논과 파밭이 만나니 이건 왠 일! 시골감성은 항상 좋은 것이었지만 시골감성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큰 창 뷰로 담아낸 시골카페만의 특별한 감성은 기대이상이었다.  초록초록함이 눈 앞 가득 펼쳐져있는 넉넉한 논밭뷰를 (아니 정확히 파밭이었다!) 바라보니 이내 마음이 부자가 된다. 감성 한 모금 커피와 곁들어 먹으니 그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힌지, 사람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는 앞서나가는 누군가의 통찰력앞에 난 감탄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부지런히 머리를 굴려본다. '우리 동네에 이런 뷰가 나올만한 곳 어디 없나?'






파밭뷰


그렇게 논밭뷰 카페투어를 마치고 어머님 댁에 돌아와보니, 세상에! 사방팔방이 다 논밭뷰 파밭뷰가 아닌가!


카페 앞 논밭보다 더 예쁜 뷰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항상 걷던 길인데 이상하다. 오늘따라 너무 예쁘다. 파 밭이 이렇게 예쁠 일인가!?


생각의 전환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꿔주니 인간은 참 단순하다. 보통날이라면 싫었을 나의 그 단순함이 오늘따라  싫지 않다. 그날 내가 어머님댁에서 바라본 파밭뷰는 45년 이상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감동으로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단조로움이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될 수 있다.

파들은 그냥 밭에서 쑥쑥 잘 자라고 있는데 그걸 바라보며 우리는 또 힐링을 하고 안구정화가 되니 웃프면서도 참 정겹다. 파는 요리할 때  눈물을 흘려내며 송송 썰어내야 할 귀찮은 노동력이 떠오르는 단순한 요리재료 아니였던가! 그런데 파야, 네가 이렇게 예쁠 일이니!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하찮지 않다.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해지는 것이다.



#논밭뷰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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