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맛 일상 에세이
"여보,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 사실 이런 글은 누구나 쓰잖아?"
"에이, 그래도 당신 혼자 책 한권 써낸 건 대단한 거지! 그게 어려운 건데! 한 10년만 더 해봐! 뭐든지 꾸준히 하는 게 어려운 거야. 10년정도 하면 뭐가 달라도 달라지겠지. 그때까지 하고 있으면 그때 전문가가 되는거지."
"오? 여보! 좀 많이 멋진데? 그래? 그럼 나 지금처럼 계속 책이나 보고 글이나 써도 되겠어? 일 안해도 되겠어?"
"........ 일단은 급한 거 없으니까 꾸준히 해봐!"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누구나 쓰는 평범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던 것을 다 멈추고 싶어진다. 이런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들 너무 많다고 잊을만 하면 항상 나를 갉아먹는 좀도둑같은 그 녀석이 슬금슬금 나를 찾아온다. 자존감이 낮은 나는 또 한참을 패배감에 젖어 살아간다.
글쓰기 4년차. 뭔가 확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 같고 두 번째 책 출간도 흐지부지 진전이 안 되는 것 같고 아니나 다를까 또 불안해지기 시작한 나는 이제라도 소질과 재능이 없는 거라면 진심으로 내려놓아야 맞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긴, 이 고민은 항상 치열하게 나와 한판 대결을 벌이니 '시작했다' 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다시 고민했다.' 가 맞겠다.)
그러던 짧은 산책길에서 남편과 나눈 짧은 대화는 다시 해볼 수 있도록 나를 다독여주고 용기를 주었으니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라 내 편임에 확실하다는 사실이 더 기분좋았던 저녁이었다.
외벌이로 혼자 벌면서 여러차례 '힘들다, 여보가 몇 십만원이라도 벌어주면 좋겠다.' 대 놓고 이야기해왔던 남편이다. 더이상은 '아이들이 어려서 일하기 어렵다.' 핑계를 댈 수 없도록 부쩍 큰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전업주부로 지내며 틈새시간을 활용해 독서와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는 나의 삶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럽지만 남편 앞에 서면 어쩐지 미안한 죄인이 된 것 만 같은 느낌이 나를 옥죈다. 그런데 남편이 진심으로 다독여준다.
"10년만 꾸준히 해봐!" 라는 남편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당장 급한 것 없으니 당신의 가치를 잘 쌓아나가라. 10년만 더 기다려줄게. 아니 10년만 투자해줄게!'
꾸준히 오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는 남편의 말에도 크게 공감이 된다.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이 '포기할까, 그만할까' 했는지 이 정도면 고질병이라고 해도 될만큼 자주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오늘 내편남편의 말에 용기를 더 내본다.
그래! 딱 10년만 더 해보자!
이제 4년했으니 6년 남았다!
10년후에 나에게 미안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라 항상, 영원한 내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