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글쓰기#8
"안녕하세요? 도착하셨나요?
혹시 무슨 색 옷을 입고 계신가요?"
글쓰기모임 11회차, 새로운 분이 지원을 해주셨다. 기존 멤버 분들과 함께 하는 분이기에 새로 오신 분의 인상착의를 빠르게 파악해야했다.
"네. 검은 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한적한 카페 안, 설레이고 반가운 마음으로 '검은색옷'을 입고 계신 분을 눈으로 빠르게 훑어본다.
'어? 검정색 옷, 저 분 밖에 없는데?'
검정색 옷을 입은 분을 찾아냈는데 반가운 마음이 사라지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우리 글쓰기모임에 난생처음 남자분이 오신 것이다. 이름이 꽤나 중성적이긴 했는데 남자분 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으레 여자분들이 오셨고 평일 오전 시간이기에 내 나이 또래의 아기 엄마들이 대부분이였다. 그런데 남자분이라니! 낯선 남자분의 용기있는 발걸음은 반가움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나는 상관 없다. 남자 분이든 여자 분이든 상관없다. 글쓰기라는 플랫폼 안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기존과는 다른 자극과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함께 모임을 하고 있는 여성분들이 괜찮을지 문제가 되었고, 함께 글쓰기모임을 하는 분들이 여성 분이라는 사실을 그 낯선 남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였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더 밝은 에너지에 설레발 한 스푼을 더 첨가하여 설레발을 치면서 분위기를 띄워본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글쓰기모임의 방향과 취지에 대해서 나눠보며 간단하게 오티를 마친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여 남짓. 남은 시간은 함께 글을 써 보기로 했다.
완벽한 타인이였던 우리는 글쓰기라는 플랫폼 안에서 잠시 하나가 되어 같은 공간, 같은 마음으로 텅 비어있는 노트 한 쪽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잠시 고요한 침묵이 내 마음을 더 설레이게 한다. 나와 함께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더 없이 아름답다.
글쓰기가 처음이라고 어색해하며 내가 쓴 글을 공개까지는 못 하겠다고 하시던 그 분은 다음 모임부터는 마음문을 활짝 열고 적극적으로 써온 글을 읽어주셨다. ‘글 처음 쓰시는 분 맞나?' 혼자 듣기 정말 아깝다. 전혀 쓰지 않던 분이 열심히 써낸다. 노트 한 바닥을 가득 채워오신다. 진솔하고 담백한 고백안에 그 분의 삶이 담겨있다.
검은색 옷을 입고 혜성처럼 나타난 그 남성분은 글쓰기모임을 위해 평일 오전 시간,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2시간을 할애하셨다. 더 이상 이전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 다짐하시고는 좋아하는 게임을 끊고 체중감량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이전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오늘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쓰기모임에 참석하셨다. 그 분의 열정을 보며 나 또한 설레이고 흥분되었다. 누군가의 변화의 여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은 놀랍고 색다른 기쁨이다.
전혀 쓰지 않던 누군가가 쓰기 시작했다. 진솔하기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의 삶을 응원하고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을 자책하지 않고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그 분의 삶을 응원한다. 아름답게 기록될 모든 순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