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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Nov 28. 2024

고마운 그녀

보통의글쓰기#8

온 세상이 하얗고 두터운 솜이불을 덮고 있다. 폭설주의보경고문자가 연신 울려대더니 경고가 무색하지 않도록 많은 눈이 실제로 내렸다. 이렇게까지 많이 올 줄은 미처 몰랐지만.




처음 내리던 눈발은 설레이는 첫 눈의 감성을 그대로 안고 내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거세게 쏟아붓는 눈발은 어쩐지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음 날 수북히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눈 치우는 모습이 보인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큰 삽을 들고 눈을 치운다.


큰 키와 마른체형, 집게핀으로 긴 머리를 가볍게 올려 묶었다.  청순해보이면서 예쁘장한 미모는 낯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내 머리속에  오랜시간 자리잡고 있는 청소하는 아줌마의 이미지와  계속 상충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해도 어쩐지 낯설기만 하다.  전에도 아파트 청소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긴 했는데  큰 삽을 들고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는 낯선 그녀에게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어쩌다 아파트청소를 하게 되었을까!?

어려운 생활고로? 아니면  색다른 도전이나 시도중인걸까?‘


평소 밝고 예쁘다고 생각했던 배우 최강희가 청소를 좋아해서 식당알바도 하고 청소아르바이트도 했다는 뉴스를 봤던 게 기억이 났다. 낯선 그녀가 현재 생활고로 아파트청소를 하게 되었는지 나는 모를 일이다. 배우 최강희처럼 단순히 청소가 좋아서 하는 일 일수도 있다. 아니면 극한체험으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중일까?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당당해 보이는 그녀의 매력앞에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나는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거 아닐까?

나는 너무 게으르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나도 내가 해보지 못했던 일들, 가보지 못한 일 들을 용기있게 도전해보고 싶다. 열심히 사는 그녀를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 기분좋게 자리잡는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드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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