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고 있는 먹거리가 생산되는 과정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나요?
2023년 1월 1일 실천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한 농산물을 먹길 원합니다. 그런 만큼 과연 궁금해하였을까요?
친환경, 유기농, 무농약, GAP 등 다양한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너무도 쉽게 마트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에 둔 것인지 그나마 더 나은 선택이라서 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양할 것이므로 접어 두더라도 도대체 어떻게 생산되는지는 알고 먹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가졌고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2022년 무농약인증을 받고 유기농으로 전환 중인 직접 농사지은 감귤을 가지고 살짝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2022년 1월 수확을 마무리하고 나니 감귤 나무 주변으로 유채가 나물처럼 자라 있습니다.
지금 뽑아주지 않으면 씨앗을 맺게 되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되어 삽을 들고 뿌리를 잘라 줍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언젠가 과수원 주인이 좋다고 알려진 비료에 함유되었던 유박이 발아를 하게 되었고 이들이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다 보니 과수원 전체가 유채꽃밭이 된 상태에서 제가 임대를 한 것이고 이를 매년 제거하여 지금은 개체가 관리가 될 만큼 줄어든 상태입니다.
2022년 2월 자연농 재배 14년 멘토 선생님에게 자연농 감귤과 토착 미생물을 배양받았습니다.
2021년은 친환경 인증자재 그러니까 유기인증자재를 구매해서 무농약이라는 친환경 인증을 받아 농산물을 생산하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친환경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생겼고 그것이 바로 유기인증 자재 중 하나인 유기질 비료 였습니다. 그중 채종유박에 대해 무척 궁금해서 직접 생산 비료공장과 농산물품질 관리원에 확인한 결과 비료에 사용된 재료가 수입되는 GMO 채종유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비료의 재료로 가공하면 성분이 검출이 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더불어 보르도액(석회와 구리를 혼합한 가장 유명한 유기인증자재)은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사용 횟수 제한이 없는데 이는 토양에 구리의 축적으로 오염을 유발하지는 않을까? 황으로 만든 살균제로 대표적인 석회황과 자닮유황은 물에 씻긴다고 하는데 역시 사용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구리, 석회, 황 등을 사용하였을 때의 장점은 직접 농사에 사용하여 보았기에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땅을 살리는 유기농의 기본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더 고민해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이 같은 고민과 사실이 더 이상 저를 유기인증자재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 농사를 짓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3월은 어김없이 세상이 깨어납니다.
휴식을 취하던 감귤나무도 어느덧 물을 잔뜩 머금고 새 잎과 가지를 내려고 준비합니다.
자연농법은 가지치기부터 기존의 농법과 다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니까요. 자연농법은 많이 투입하고 많이 결과물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흙에서 얻어지는 양만큼만 원하는 고객에게 서로 만족할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나무를 살리는 가지치기를 진행합니다.
하루 종일 나무를 살피며 가지치기를 하는 시간이 일주일이 넘어갈 때 즈음 손아귀도 아프고 지겹기도 하지만 바닥에 잠시 앉아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웃을지 모를 나무가 전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또 힘을 나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곤 합니다.
4월 어느덧 새순과 함께 꽃눈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가 1년 중 가장 중요한 2개월이 됩니다. 새 잎이 병 걸리지 않기를 꽃잎이 개화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기를 매일 찾아가 살핍니다. 이때 온도가 높아진 상태인데 비가 자주 온다면 무척 난처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때 가장 큰 유혹에 빠집니다. 유기인증 자재(보르도액과 황)를 사용하면 조금은 더 쉽게 갈 수 있는데... 하지만 이미 뜻을 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모든 변화가 다 정보이고 교육이다 보니 경험이라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어떠한 외부 투입자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2월에 배양해둔 토착 미생물을 활용할 시기가 되었음을 인지합니다.
4월 말 5월 초는 수시로 살펴야 합니다. 대화하고 지켜보고 하늘도 쳐다보며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잠시 눈을 감습니다.
성공하였습니다. 한 번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하시며 잘못되면 버리라고 하셨는데 다행스럽게도 1톤에 가까운 양을 버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생물 배양에 성공하였습니다. 무척 대견하고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5월 잎이 잘 자라며 연둣빛 상큼한 색을 내면 온통 귤밭에 싱그러움이 뿜어져 나옵니다.
멘토선생님의 과원에 들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교육도 받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옵니다.
아직 멀었지만 시도하였기에 기쁘기 그지없는 자연농법의 길입니다.
빗물이 내려앉은 감귤 봄 순은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듯이 더욱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5월 말 새끼손톱보다 작은 열매가 생겨 놀라게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두 차례의 생리낙과를 거치고 한여름 무더위를 지나 장마와 태풍을 견디어줄 딴딴한 녀석이 되어 주길 조심스레 들리지 않도록 말해봅니다. 이제 과수원은 풀들이 주인이 되었습니다.
제법 잘 자라주는 감귤 사이즈, 귤은 다른 과일과 달라 적정한 사이즈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필자가 힘들어한다고 귤이 성장을 멈추고 기다려 주지 않으니 더 꾸준하게 노력해야겠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연약한 새 순이 나는 시기에 만나는 진딧물. 사실 필자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진딧물이 과수원 전체에 퍼져 새 순을 상하게 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함이지만 멘토선생님의 농장에서는 나무에게 질소 성분이 되는 비료를 1도 주지 않기에 잎자체가 튼튼하여 거의 진딧물이 오지 않는다고 하셔서 무한 신뢰를 가지고 도전과 실천을 하는데 이렇게 무당벌레 녀석이 먹어치워 주는 모습도 보여주곤 합니다.
6월이 지나면 이렇게 과수원은 이미 풀들이 주인이 되어 서로 소통하며 나누고 경쟁하는 사이가 되어 있습니다. 너무 크게 자라거나 이동에 불편한 키 큰 녀석들만 손으로 제거하는 작업만 할 뿐 별도로 관리를 하지 않습니다. 어느덧 수확을 위한 발걸음이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도 너무 요약하여 나타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기록하지 않는 것은 기억의 조각에 불과하지만 기록은 존재로 남을 것입니다. 7월부터 이어지는 여름철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버팀은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왔지만 그렇다고 자연농법으로 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 연구하겠다는 결심은 흔들리거나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조금 더 자라면 풋귤로 만나볼 수 있겠네요. 자연농법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또 이미 많은 분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저도 저만의 색이 나도록 더욱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착과는 다음 편에 올리겠습니다.
2022년의 감귤의 성장과정에 대한 요약 기록을 2개로 나눠 발행하여 전체적인 감귤 정보에 대해 안내하고 2023년은 매월 2건의 기록 발행으로 과정을 공유하려 합니다.
어떤 농사든 농사는 힘듭니다.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과 사정에 맞춰 다양한 농법으로 생산됩니다.
그렇기에 더욱 저의 방법만이 옳다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기준과 흙을 살리려는 과정, 그 행위의 가치가 조금씩 더 널리 독자에게 전달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