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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Apr 19. 2024

방구석 콘서트, 여기도 팬 있어요!

온라인 콘서트, 막콘 후기


공연 2시간 전!!!


14일 오후 3시. 내 방에 푹신한 자리(심지어 원한다면 언제든 엎드려 누울 수 있을 정도)를 만들고 노트북은 풀로 충천해 뒀다. 나름의 빵빵한 사운드를 위해 에어팟도 가져다 두었다. 가장 중요한 준비는 가족들에게 저녁을 알아서 먹고 나를 방해하지 않도록 미리 당부해 두는 것!


1시간 전부터 열린 위버스 콘서트 화면에서는 뮤직비디오와 1주년 기념 인터뷰 등 익히 알고 있던 영상들이 나왔지만 눈을 뗄 수도 자리를 떠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집 앞 피자집의 배달비가 3천 원은 못 참지. 호다닥 뛰어 다녀왔다.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콘서트를 즐기는 것도 오늘의 장점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D-day 20!!!


생애 처음 도전해 본 티켓팅은 당연하게도 광탈했다. 누가 슬픔의 5단계를 부정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이라고 했던가? 그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긴 했지만, 나는 생각보다 수용이 빠른 사람이었다. 광탈 후 바로 온라인 콘서트 공지를 기다렸다.


좌석이 턱없이 적었던 만큼(3천 석 * 2일) 이런 비극에 통감한 소속사는 팬클럽 대상 온콘 티켓 가격을 2만 5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았다. 나는 당연히 팬클럽이었다. 보통 온콘 티켓 가격은 오프라인 티켓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5만 원 수준이니 이건 공짜나 마찬가지였다.


D-day!!!


콘서트 최고의 명장면은 <Watch me Whoo>를 부르며 윙크하는,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최애의 윙크였다. 시간이 한 번 흘렀다 다시 후진해서 다시 흐르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그가 그간 아껴뒀던 '드라우닝'을 민소매로 부를 때는 그냥 최고의 롹스타 콘서트였다. 레게노! 성대결절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리더의 <on the ground>는 듣다 귀가 녹아버렸다. 역시 내 최애, 차애!


당연히 콘서트의 끝은 멤버들이 팬들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는 것. 버추얼 아이돌이라고 해서 카메라 뷰가 정면 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아주 다양한 뷰가 가능하다. 콘서트를 위해 힘써준 스태프들의 엔딩 크레딧까지 모두 보고 나자 3시간에서 채 4분이 남지 않았다.



버추얼 아이돌의 콘서트 뭐가 다를까?


그들의 첫 팬 콘서트는 팬이 아니어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콘서트였다. 기술력의 정점을 볼 수 있었고 앞으로 K-Pop의 미래가 될 무대였다. 버추얼 아이돌의 장점을 마음껏 살렸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아티스트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갈 필요가 없다. 제 자리에 뿅 한 번 뛰기만 하면 옷이 바뀐다.


누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고, 누구는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후 매트릭스의 스미스 같은 존재(일명 칼리고, 당연히 사람 아님)와 할리우드 액션신 부럽지 않은 맨몸 격투를 벌였다. 없던 의자나 스탠딩 마이크가 등장하는 건 특수효과라도 부르기도 낯간지럽다. 노래가 끝난 멤버가 꽃잎으로 변해 사라지기도 하고 마이크를 집어던져도 중력이 다르기라도 하듯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온콘, 의외의 장점!!!


지방러는 콘서트를 위해 길 위에 버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으니 온콘이 나쁘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앉아 있을 건 생각만 해도 기가 빨린다. 콘서트 도중 화장실이 급해도 가는 게 가능하긴 할까? 나는 노트북 들고 갈 수 있는데.


그리고 다른 팬들과 채팅하여 공연에 대한 흥분과 주접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콘서트 시작 전엔 멤버들도 차례로 와서 공연에 대한 설렘을 전해주었고. 공연 중에도 온콘 팬들을 챙겨주는 멤버 덕분에 소외감을 느낄 새가 없었다. 방구석이지만 외롭지 않았다.


카메라가 중간중간 관객석들을 비추고 공연장 전체뷰를 보여주니 현장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또 이게 나름대로 괜찮았다. 현장에 있었더라면 이렇듯 숲을 바라보는 느낌은 또 못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나 더! '딜레이 뷰'라고 해서 일주일 후 재방송도 해준다. 가성비 쩔었다!


남자들에게 군대 얘기가 있다면 여자들에겐 출산 얘기가 있다. 아니 이 얘길 왜 지금 하냐고? 내가 만 하루를 꼬박 진통을 하고 결국 제왕절개로 애를 낳은 사람인데,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첫 번째 든 생각이 그거였다. 어? 제왕절개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 온라인 콘서트가 그랬다. 어?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한 마디로 온콘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럼에도 처음처럼!


콘서트 중 채팅장에서 그런 챗을 봤다. 첫콘은 오프, 막콘은 온콘으로 본 자기가 챔피언이라고. 응, 인정! 너 챔피언! 온콘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지만, 다시 콘서트를 연다면(그땐 아마도 좌석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때 나는 다시 티켓팅에 도전할 것이다. 그 끝에 광탈과 온콘이 있다고 해도 나는 다시 도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덕질의 운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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