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섬 Jul 17. 2024

내 사랑은 안녕합니다

내 덕질의 안부를 묻다

  나에겐 만날 적마다 내 덕심의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가 있다. 요즘 내 덕심이 과거와 다른 걸 알고 있기도 하지만 이 친구는 처음 나의 덕질을 알았을 때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기도 했다. 시작하면 2박 3일 거뜬히 그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나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람도 그 친구가 유일할 수도.


  내 대답은 항상 비슷했다. 뭐 여전히 스밍 돌리고, 광고 보고 그걸로 투표하고, 방송 있으면 본다는 답. 물론 전과 달라진 점도 있다. 그게 바로 덕심의 깊이 문제일 텐데, 아마 이 부분이 친구의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것이다. 과거엔 무조건 방송 때를 기다려 보고, 끝날 때까지 모든 일상이 all stop이었다면 지금은 시간이 되면 보는 식이다.


  보통 라이브는 8시에 시작하지만 뭐 하다 보면 금방 8시도 되고 9시도 된다. 그러다 '아! 오늘 방송하는 날이지!' 떠올리면 그때 라이브를 켜는 거다. 시간이 되면 못 본 부분이나 아예 지나친 다른 날짜의 방송을 보기도 하지만, 전처럼 모두 봐야 한다는 집착은 내다 버렸다. 만약 그렇게 하나도 빠짐없이 보려고 한다면 볼 게 너무 많아서 아마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사랑에 집중한다.


  7월 15일은 멤버의 생일 라이브가 있었다. 생일자는 단독 방송을 하고 그날의 특전을 누리는데, 이날 B는 머리에 복숭아 탈을 쓰고 방송했다. 아이돌의 경우 멤버의 모에화는 필수! B는 자주 복숭아에 비견된다. 그날 보이는 태도에 따라 시복(시큼한 복숭아) 일 때도 이지만, 팬들에게는 대게 당도 최고 복숭아로 사랑을 받는다.


  복숭아 탈 때문에 과하게 비대한 머리를 하고 <Boom Boom Bass>나  <supernatural> 챌린지를 하는 모습에 손주 재롱 보듯 흐뭇해졌다. 갑자기 시작된 반모(반말 모드)는 집 나간 연애세포를 돌아오게 했다. 그의 노래에선 위로를 얻는다. 그룹 내 보컬에 미치지 못할 실력일지라도 소년 같은 음색으로 건네는 그의 음악은 내가 글을 1등으로 잘 쓸 순 없어도 분명 남들보다 내가 더 잘 쓸 수 있는 글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이 정도면 나의 덕질은 여전히 순행 중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사랑이 끝나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