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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온 May 24. 2024

방치해 놨던 물건들이 빛을 발할 때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째때 헤어핀이 만들고 싶어 원단부터 부재료까지 사놨던 게 베란다 한편을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년을 그냥 방치해 놨었는데 여동생 집에 놀러 가게 되면서 핀을 선물하고 싶어 오랜만에 꺼내서 만들어봤다.


원단 접착제가 다 돼서 떨어져 있는 게 몇 개 있었지만 다른 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필요한 건 추가로 더 구매해서 만들면 되는 거였다. 만들다 보니 재미가 있고, 상대방이 기쁘게 받아주고 사용해 주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여동생은 예전에 만들어줬던 핀들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더 좋았다.


그 뒤로 지인들과 만날 때 선물을 하기도 하고 딸을 둔 친구들에게 주기도 했다. 딸이 하고 있는 사진도 보내주고, 팔아도 되겠다는 말을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기쁨이 이런 거구나! 꼭 비싼 선물이 아닌 이런 소소한 거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난 이런 소소함이 좋다!






나는 뭔가를 시작하면 다 갖췄을 때 시작하려고 하고 있음에도 필요할 것 같아 구매하는 것들이 더 있다. 그냥 방치해 두면 아깝지만 헤어핀 재료처럼 시간이 되고, 하고 싶을 때 꺼내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재료부터 준비하고 방치해 둔 게 두 가지 더 있다.


한 개는 재봉원단과 부재료들이다. 첫째 때 재봉틀이 생겨 스카프빔을 만들어주고, 친구한테는 헤어핀 정리대도 만들어줬었는데 남은 재료들이 아직 그대로 있다. 이것 또한 재봉틀만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할 수 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필요한 것 들을 만들어보면 된다.


두 번째는 캘리그래피 책과 도구들이다. 캘리그래피로 써져 있는 글들을 보면 마음을 울리는 좋은 문구들이 많다. 독서를 하다 보면 그런 문구들을 많이 만나기도 하는데, 나만의 문장이나 좋은 글귀들을 손 글씨로 쓰고 싶어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생겼었다. 독학으로 배워보고 싶어 강의도 잠깐 들었었고, 필요한 책과 도구들도 샀다. 지금은 우선순위에 있는 것들에 더 집중을 하고 나중에 다시 시도할 생각이다. 그땐 나만의 문장들이 많이 쌓여있을 테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미련이 생겨 그냥 가지고 있으면 안 되지만 잘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쓸모가 생기고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 거다. 처음엔 끝까지 못 할거 왜 샀을까 후회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했던 것들이 있기에 나중에 또 할 수 있다. 그런날은 언젠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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