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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온 Dec 12. 2024

내릴 땐 예쁜 눈

예뻤던 모습만 새기면 된다

눈이 올 땐 세상이 하얘지는 느낌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지만, 하루가 지나면 엉망이 되어버린 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되고, 신발이 젖지 않게 피해 다니게 된다. 눈은 내리기 전이랑 후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눈이 내리던 날

저녁때까지 계속 내리는 눈을 보며 예쁘다는 생각에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했다. 카톡 배경에도 눈이 내리고 친구들은 자기 지역의 눈 소식을 알리느라 바쁘다. 아이들은 발걸음이 가벼우면서 표정이 밝고,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잠시 빠져든다.


두 아들이 하교와 하원을 한 오후 시간에는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을 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예뻤는지 동네 할아버지는 옛날 생각이 난다며 반갑게 인사도 해주시며 말을 걸어주셨다.


나도 몇 년 후에는 이 시간들을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씁쓸하다. 추우니 들어가자고만 했었는데,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더 집중을 해야겠다.


올해 내린 첫눈은 폭설로 다음날 녹아내린 양도 많았다. 둘째와 등원을 하려면 내리막길을 지나가야 되는데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남아있는 눈을 찾으며 밟고 내려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이 젖어들고 흙탕물이 옷에 튀기기도 했다. 내릴 땐 예뻤던 눈이 흙탕물로 남아 사라지는 걸 보며 또 한 번 씁쓸함을 느꼈다.






항상 좋은 점을 바라볼 수도 없고, 나쁜 점을 생각 안 할 수도 없다. 다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좋은 점을 선택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눈을 바라봤던 행복한 감정과 아이들과 보낸 시간들을 더 많이 생각하다 보면 녹았을 때의 불편함은 잠깐이다. 좋은 감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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