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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Dec 13. 2022

미국에서 살 집을 인터넷 쇼핑하다!

와이프 따라 미국 가는 남편 2-6 - 사지는 못해도, 살 겁니다!

아내가 학교 입학 허가 서류를 받고 나자, 여러 방면으로 진짜 이주 준비가 시작되었다. 마침내 서류를 받았으니 미국 비자를 신청해야 했고, 아내의 학교도 완전히(?) 확정됐으니 우리가 살 집도 정해야 했다. 미국 비자 신청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주 준비를 위해 워낙 신경 쓸 것이 많기도 했고, 처음 아내가 유학원을 등록했을 때 비자 신청은 유학원에서 도와준다고 했어서 유학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기로 했다. 비록 아내가 합격한 학교가 유학원에서 같이 서류를 작성했던 학교는 아니었지만, 유학원에서는 자신들과 함께 지원한 학교로 진학하지 않는다고 해도 비자 수속을 도와준다고 하니 한시름 놓았다.


내가 진짜 신경을 써야 했던 부분은 우리 가족이 머물게 될 터전을 찾는 작업이었다. 다른 이주 준비 관련 블로그나 포스트들을 훑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유학이나 이민을 가면서 집을 살지 렌트할지도 고민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에겐 그런 호사스러운 고민은 필요 없었다. 워낙 가진 재산이 없었기도 했지만, 이주하게 되는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데다 그곳에 정말 정착하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말 정착한다고 해도 집을 살 돈은 없다)


이번에 미국에 가게 되면 단독주택으로 가고 싶었다. 아이가 아파트에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아내와 나도 로망이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에게 로망이 아니랴. 넓지 않아도 강아지와 뛰놀 조그마한 뒷마당과 자그마한 차고, 1층에 있는 거실, 주방과 2층에 방들까지, 거기에 다락만 있으면 금상첨화다. 사실 미국의 거의 모든 단독주택은 그런 모양이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집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우리가 머물 집을 직접 보지 않고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요즘은 거의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집을 알아보고, 그 뒤에 부동산을 찾아가서 집을 돌아보고 계약하게 된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국의 유명 부동산 앱, 웹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앱들을 통해 매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웹을 통해 매물을 확인하고 집이나 아파트의 리징 오피스를 찾아가 집을 보고 계약을 한다. 문제는 내가 물리적으로 미국에 가서 집을 직접 보고 계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한국에 있으니까. 여유가 있다면 이주하기 전 먼저 미국에 가서 직접 보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호사스러운 미국 이주가 아니다. 또 큰맘 먹고 그렇게 하기로 한다고 해도, 팬데믹 시즌에 출입국이 그렇게 쉽지도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집을 결정해야 한다면, 단독 주택을 렌트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우리가 새롭게 이주하게 될 도시는 꽤 오래된 도시이고 대부분의 주택이 백 년이 된 곳이라고 한다. 오래된 집이라면 지속적으로 잘 보수된 곳이어야지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데,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면 위험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적어도 1년은 살아야 하는데, 1년이나 불편함을 감수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착 도움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우리의 이런 요구사항들을 에이전트에게 전달했다. 한 달 렌트비의 예산과 화장실, 방의 개수, 그리고 학교와의 거리와 같은 요구사항들이었다. 에이전트는 며칠 후 우리 가정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아파트 리스트를 이메일로 보내 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리스트에 있는 집들이 아내의 학교에서 멀었다. 대중교통도 생각보다 불편했다. 그래서 왜 그런지 에이전트에게 문의했더니 이런 답변이 왔다.


‘초등학생 딸이 있다셔서 외곽 쪽 집이 많을 수밖에 없었어요. 학군도 생각하셔야 하잖아요.’


학군? 어디 학교가 좋고, 진학률이 어떻고 하는 그 학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사실 아이에 대한 교육열을 엄청나게 가진 우리 집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학군이라는 단어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학군과는 무관하게 나나 아내의 회사 통근을 염두에 두고 집을 계약했었다. 아이의 학교와 관련한 고려사항이라 한다면, 학교와의 거리 정도? 통학의 편리함 정도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미국까지 와서 학군이라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이 학군이라는 것이 비단 교육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다니는 학교의 인종 다양성, 또 교육 소외자에 대한 학교의 배려, 다양한 과외 활동 지원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시아인이나 한국인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아무래도 인종적으로 다양한 학교를 가야 다양성에 대한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내의 학교가 위치한 도심은 상대적으로 슬럼화가 진행된 곳이 많아, 우리 세 가족이 안전하게 생활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부분도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에이전트의 조언대로 도심 외곽 지역의 아파트를 고르기로 하고 리스트를 다시 확인했다.


다시 한번 리스트를 확인하면서 몇 가지 필요한 내용을 정하고 집을 선별했다. 첫 번째는 적어도 도심까지는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가능한 곳, 두 번째는 외곽으로 나가는 만큼 생활 편의 시설이 너무 멀지 않고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곳, 세 번째는 나중에라도 혹시 반려 동물을 키울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있는 곳, 마지막으로는 너무 주차가 어렵지 않은 곳, 이렇게 네 가지 조건이었다. 


아무래도 도시 외곽의 아파트를 정하다 보니, 마지막 조건인 주차 부분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녔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무료 주차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조건은 과거 샌프란시스코의 신혼집에서 주차장 이용이 유료여서 스트리트 파킹을 하다가 티켓을 여러 번 끊었는데, 이 도시는 그런 환경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조건도 충족하는 집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지도와 몇몇 정보들을 교차 확인하면 쉽게 선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이 문제였다. 대중교통이 있는 지역. 미국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나라가 아니다. 특히 뉴욕과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면 광역망까지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살게 될 도시는 지방의 중소 도시이고 지하철도 잘 뚫려있지 않는 곳이다. 아무래도 차량 이용이 보편화된 미국에서 대중교통을 기대하기란 무척 어려워 보였다. 전체 리스트 된 집 중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 한 번에 갈 수 있는 집은 없었고, 단 한 집만이 한 번 갈아타고 한 시간 내외로 학교에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내는 아직 운전을 (거의) 못하고, 아이의 스케줄이 또 있기 때문에 내가 매번 데리러 아내에게 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대중교통으로 집을 오갈 수는 있어야 했다. 매우 다행이었던 것은 그 해당 아파트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행히 편의시설도 가깝고, 나중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가능했다. 아이가 다닐 학교도 평이 매우 좋았다. 


‘그래, 이 집으로 하자.’


그렇게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고 집을 정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임대 업체에서 제공하는 사진, 평면도, 입체 가상 집들이 모델링, 구글 맵에서 제공하는 스트리트 뷰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집을 계약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외국인에게 임대를 주는 것이다 보니, 크레디트 체크도 되지 않고 해서 업체 측에서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렇기에 마치 비자 준비를 하듯, 은행 잔고 증명에, 급여 명세, 학교 입학 허가서 등 별별 서류를 제공해야 했다.


그래도 집 계약은 무사히 마쳤고, 살 집도 정해지게 되었다. 미국에서 살 집을 인터넷과 메일 몇 통, 에이전트와의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 가장 큰 이주 준비 중에 하나인 집 렌트 계약을 마쳤다. 계약서 사인까지 다 마쳤는데, 실제 집의 사진 한 장, 정확한 위치조차 모르는 채였다. 집이 몇 층 인지도 몰랐다. 워낙 모르는 일을 진행하다 보니, 더 어리바리했던 것 같다.


사는 곳의 주소가 정해지게 되면 여러 가지 일들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삿짐을 미리 부칠 수도 있고, 필요한 물건을 배송시킬 수도 있다. 집 계약 이후론 할 일이 정말 태산이었다. 


Photo by Breno Ass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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