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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Dec 06. 2022

해외이주? 혼자 다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와이프 따라 미국 간 남편 2-5 - 정말 이 많은 걸 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생활을 했던 나는 미국 이주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감이라 함은 이런 거다. 이미 한 번 살아봤으니 웬만한 제도나 행정적인 부분들은 다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처럼 정착이나 이주에 대한 시행착오 없이 착착 진행해 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이주 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아무런 걱정도 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이유에는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과거의 기억이 조작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과거에 내가 미국에 살 때, 무슨 일이든 잘 진행하고 잘 적응했었던 것으로 착각했다. 모든 제도에 대한 것도 빠삭했었다고 오해했다. 10년이 지나고 나니 정말 누구의 말처럼 사람의 기억은 윤색되어서 굉장히 낭만적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이주를 위해 기억을 들춰내고 보니, 이건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처음 어학연수를 가서 숙소 문제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던가? 몇 개월은 정말 여관방을 전전하기까지 했었다. 결혼하고 신혼집 구할 때도, 갑자기 뉴저지로 이주해서도 모든 것들이 뜻대로 되지 않아 눈물짓고 서러워했던 기억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그 변하지 않는 보수적인 미국도 변했다는 것이다. 나의 미국 생활에 대한 모든 기억은 2013년에 멈춰 있다. 2013년이 굉장히 옛날처럼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2013년엔 넷플릭스가 북미에서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아마존이 2일 배송이 혁신이라는 프라임 서비스를 막 시작했으며, 테슬라도 1억이 넘는 모델 S를 막 출시했다. 지금은 넷플릭스는 필수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이며, 아마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테슬라는 그 사이 세상을 한번 들었다 놨다. 그러니 이 말고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했겠는가? 거기에 지난 3년간 팬데믹은 미국을 가장 강타해서 집에서 일하는 옵션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모든 변화는 미국 이주와 정착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 집이나 차를 구하거나, 계약하거나, 금액을 지불하거나 하는 모든 방식이 다 바뀌어 버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우리 가족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내가 처음 한국에서 미국을 갔던 2008년엔 나 혼자였다. 결혼하고 신혼집을 꾸릴 때는 그래 봐야 둘이었다. 2013년 한국으로 갑작스러운 귀국을 하던 당시에는 딸아이는 고작 돌이었다. 즉 성인이 견딜 수 있는 환경을 기준으로 모든 정착과 이주의 조건을 따지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이 있고, 우리도 40줄에 들어섰다. 생활의 편의도 생각해야 하고, 같은 의미로는 아니어도 아이의 학군도 생각해야 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나로서는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부딪치면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캘리포니아로 가게 되었다면 아는 사람들이라도 있어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곳이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왜 그걸 혼자 하려고 해? 분명 관련한 서비스가 있을 거야. 찾아봐.’


‘너무 비싸지 않을까?’


‘물어보면 되지. 너무 비싸면 안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그래 또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한다. 비싸면 안 하면 되잖아. 재빨리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정말로 관련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있는 듯하다. 꽤 많은 도시로 정착하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가 이주하려는 도시로의 정착 서비스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워낙 소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견적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사이트를 방문하고 견적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있었다. 집을 알아보는 것과 차량 구매와 관련한 부분들, 집 유틸리티 서비스 신청, 아이 학교 레지스터와 같은 부분들은 정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유용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격만 적당하다면 당장이라도 계약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 지나 도착한 견적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이네. 계약해!’


‘네 주인님!’


아내님의 결제가 떨어지고, 정착 도우미 서비스를 계약 완료했다. 2~3달 동안 미국 이주와 정착 관련해서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미리 스포일러 좀 하자면, 정착 서비스를 통해 에이전트를 통해 도움을 받아도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또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면 그 외 다른 순조로운 일들조차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는다.


이제 남은 것은 학교 서류받고, 비자 신청해서 받고, 짐 싸서 부치고, 남은 짐 버리고, 집과 차 처분하고, 아이 한국 학교 처리하고, 아내 회사 그만두고, 아, 비행기표 사고, 뭐 이 정도다. 정말 갈 수 있는 거 맞지? 이걸 다 처리하고 갈 수 있는 거 맞아?


Photo by Maria Zieg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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