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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Aug 01. 2022

아내, 유학을 위해 직장인이 되다

와이프 따라 미국 간 남편 6 - 닌 잔고를 보며 미소 짓는다.

 팀장이 내가 다시 회사에 왔으면 좋겠대.’


ㅇ팀장은 아내가 전의 전에 다니던 회사의 팀장이다.


‘정말? 그런데 어떻게 다녀?’


코시국의 한 복판, 난 재택을 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데, 아이는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아내는 유학 준비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우리는 아내가 다니던 회사와 더 멀리 이사까지 왔다. 출퇴근은 불가능했다.


‘재택이래. 나 그만두고 나서 계속 재택이었대.’


응? 그래?


그러면 아이를 보면서도 일 할 수 있는 거야? 나는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내는 그 직장에서 꽤나 인정받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래서 회사 욕할 때마다 등장하는 몇몇 사람들이다)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아내가 더 좋은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직장으로 이직한다고 하자 임원들을 설득해서 카운터 오퍼까지 주었다. 하지만 당시엔 다른 떡이 더 커 보였고, 그렇게 아내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 회사를 떠났었다.


나는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벌이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21년 들어서는 많지는 않지만 야금야금 통장의 돈을 까먹고 있기까지 했다. 이러다간 해외에 나가잔 다짐이고 뭐고, 그전에 다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내는 한 번 회사에 다니기만 하면 나보다 벌이가 좋다. 나는 다음 말을 꺼내기 직전까지 수많은 무의식적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좋은 기회 아냐? 지원서 쓸 때 이력서에도 경력 단절이 너무 길면 안 좋을 것 같은데.’


개뿔. 계산적인 놈.


그런데 신기하게도, 평소였다면 이런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유학, 박사, 이런 것들은 쑤욱 수면 아래로 잠기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러지는 않았다. 나도 당연히 박사 합격하기 전까지만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한 푼이라도 더 벌어놔야, 가서 요만큼이라도 더 여유 있을 수 있지.’


아내도 동의했다.


아내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오래 쉬어서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였고, 다시 나보다 높은 연봉과 월급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난 그런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퇴근하고 나서의 육아, 가사는 전담할게. 네가 낮 시간에 애 학교, 학원 보내면서 일하니까. 그리고 저녁엔 공부도 해야 하고.’


대단한 약속을 한 것 같지만, 사실 ‘넌 죽도록 일도 하고 공부도 해라’인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증스러운 태도와 약속이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이 약속은 너무나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종종 나의 무기가 되어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결국 지난한 재입사 절차와 재택 보안 문제를 한두 달에 걸쳐 해결한 끝에, 아내는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유학 준비를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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