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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Aug 01. 2022

그날이 왔다, 우리가 간다

D-day1 in Korea

아침이 밝았다. 그날이 드디어 왔다. 그전 며칠간에 비하면 숙면을 취한 편이다. 그래도 시간은 여섯 시밖에 안 됐다. 전에 호텔을 묵을 때는 늘 조식을 포함시키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조식도 없는 호텔이다.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이주를 위한 비행이라 기분이 많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기분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비행 불안에 떨고 있는 아내와 천방지축 초등학생 딸을 끌고 이 해외 이주라는 단기 미션을 무사히 마치길 바랄 뿐이다.


여행은 무지 길다. 먼저 미국 서부의 경유지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오전에 도착해 열두 시간을 있다가 다시 국내선을 타고 목적지로 가야 한다. 체크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샌프란에서 짐을 한 번 찾아 세관 검사를 하고 다시 부쳐야 한단다. 이런.


호텔에서 어제 예약한 콜밴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기사님은 짐 많은 손님인데 알려주지도 않고 배차를 했다며 계속 툴툴댄다. 사실 짐이 많지 않으면 공항을 각 위해 누가 콜밴을 부르나. 같은 값이면 차라리 택시를 타지. 어쨌든 마지막 공항으로 향하는 길, 기분 좋게 기사님의 말에 보조를 맞춰주며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 타기 전에도 여러 긴장되는 일들이 많다. 내가 걱정이 워낙 많다. 짐을 부치는데 무겁다고 안 실어 주면 어쩌지? 티켓에 아이 미들네임을 안 넣었는데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백신 증명서 모바일 안 받아주면 어쩌지? 이미 다 문제없는 것으로 확인했는데도 여전히 걱정만 가득이다. 걱정하는 사이에 모든 절차는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끝인가? 이제 간다. 언제 다시 올 지 알 수 없는 한국이여 안녕. 우리 가족의 앞 날에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기도하며 비행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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