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년수와 로또 구입금액은 비례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35분.
누가 이 시간을 가장 기다릴까? 2,30년을 한 직장에 다녀도 아직도 빠듯하게 저축 없이 그달 그달 월급으로 살아가는 직장인, 코로나로 인해 식당 손님이 반토막난 호프집 사장님, 중국집 사장님 등등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이 아닐까?
늘 부장도 늘 매주 이날이 기다려진다. 혹시나 하고 그러나 역시나 하고 아무 죄도 없는 로또 종이를 화풀이하듯 갈기갈기 찢어 버린다. 아 C! 담주도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는 현실을 깨달으면서 자조 섞인 비속어를 뱉어 낸다. 난 언제 돈 걱정 안 하고 한번 살 수 있을까?
입사동기 김 부장이 이런 늘 부장의 모습을 보고 한마디 한다. 욕심 좀 버려라. 되지도 않을 로또를 매주 사서 쓸데없이 돈 낭비하지 말고 맛있는 거나 사 먹으라고... 매주 1만 원에 한 달이면 4만 원. 그 돈 모아서 가족끼리 한 끼 점심 식사도 가능하잖아!
물론 김 부장의 얘기에 100% 공감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공감이 되지만 마음속 깊은 곳 까진 공감으로 다가 오진 않는다. 왜 일까? 마음을 비우면 될 일을... 이 마음 비우는 것이 그렇게 쉬우면 이 세상은 성인군자들로 넘쳐 났을 것이다.
인생을 50년 이상 살아 보고 회사도 20년 이상 다녀본 사람이면 늘 부장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리라 믿는가. 이해 못 해도 할 수 없지만...
대기업에 20여 년 이상 다니면 얼추 세전기준으로 1억 정도 받는다고 치자. 그럼 이걸 고스란히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겠지. 국가에서 그냥 두질 않는다. 떼인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월 600만 원 정도가 내 주머니에 들어오겠지.. 물론 아들, 딸 없고 여우 같은 마누라와 단둘이 살면 알콩달콩 살 정도는 되겠지만 최소 두 명의 토끼 같은 애들이 있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물론 애들이 중학교 다닐 때까진, 그럭저럭 역시 대기업 보수도 나름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지만 애들이 고등학교 들어가는 순간. 그때부터 허리가 꼬부라지기 시작한다. 옆집 철수는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에 거의 100만 원이 든다고 아내가 얘기한다. 그 얘길 듣는 순간 무슨 학원비가 그렇게나 많이 들어 말하는 순간. 꼰대의 최고봉 소리를 아내에게 듣게 될 것이 뻔하기에 그래 우리 아들도 그 정도는 해야겠지 하면서 학원비로 날아간다.
아차 한 살 아래 터울인 딸도 있지... 딸도 학원은 보내야겠지, 역시 국어, 영어, 수학 어라 딸은 공대에 가고 싶다고 해서 과학 과목까지 학원을 가야 한다고 하네. 그래서 이번 달은 학원비로 도합 230만 원. 미치겠네 이 돈을 최소 2년은 공중으로 날려 버릴걸 생각하니.
남들도 이 정도 한다고 하니 참 할 말은 없지만.
한 직장에서 한 30여 년 다녀 보니 늘 부장은 월급 외에는 돈을 만들어 낼 방법이 없다. 사실 애들이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길가에 있는 로또 판매점을 그냥 지나쳤다. 로또 사는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황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나 사는 것이다라고..
그러나 이제 그들의 마음이 이제 어느덧 이해가 간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주 5천 원을 투자했다. 누구는 몸에도 좋지 않은 담배 사느라 매일 5천 원을 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거의 비하면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 20년 차부터 거의 매주 5천이던 로또 구매 금액이 입사 연차가 늘어날수록 로또 사는 금액의 크기도 늘어났다.애들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니 이제 회사가 늘 부장을 가만 두지 않고 언제 자를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것 같다. 비록 아직은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조만간 꼭 닥칠 일이란 건 예상이 되었다.
미래를 경제적 여건을 준비하는데 월급만으로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오늘도 로또 판매점을 주위의 눈치를 보고 들른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봐..
이 땅의 직장인들이 돈 때문에 다니는 회사가 아니고 오직 본인이 좋아해서 다니는 그런 직장을 꿈꾸어 본다.물론 그런 날이 올지 안 올진 오직 신만이 알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