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부장 Dec 10. 2022

늘 부장의 찐 직장 일기

쩍벌남과의 혈투

늘 부장은 출퇴근 시 늘 회사 통근버스를 이용한다.     

늘 부장 아파트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통근버스가 있기에 굳이 본인이 차를 몰고 회사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회사 버스를 이용하면 본인 차를 이용할 때보다 비용도 절약하고 버스 안에서 1시간 정도 잠을 청하면서 갈 수도 있는 두 가지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출퇴근을 보다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한 회사의 배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생살이가 항상 그렇듯이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에 따른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역시나 늘 부장도 통근버스를 이용하면서 늘 좋은 면만 있다는 것이 아님을 '22년 12월 1일 아침 출근 시에 뼈저리게 깨달았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쩍벌남과의 30분간의 혈투를 벌이면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늘 부장이 타는 아침 출근버스는 회사 도착 시까지 두 군데에서 직원을 태운다. 첫 번째는 출발 후 10여분 뒤 직원을 태우고 또 10여분 뒤 직원을 태운다. 일종의 완행버스처럼 몇 군데 정차를 하면서 통근버스는 거의 만 차를 하게 된다. 쩍벌남과의 혈투는 두 번째 지점에서 직원을 태운 그곳에서 벌어졌다.


물론 쩍벌남이 늘 부장의 옆자리에 앉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딱 한번 쩍벌남과 한번 옆자리에 같이 앉아서 간 경우가 있었다. 그 당시엔 처음이니 한 번은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겠거니 하고 쩍벌남의 다리가 늘 부장의 자리로 침투해도 참고 회사 도착 시까지 조용히 함께 갔다. 마음속으로 다리 치우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전날 몹시 피곤한 일이 있었지 않았나 하고 이해를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두 번째 똑같은 상황이 발생되었다. 쩍벌남은 늘 부장 옆자리에 앉자마자 5분이 지나자 바로 골아떨어졌다. 참 속 편한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다. 웬만한 사람이면 이렇게 앉자마자 바로 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그냥 잠만 자면 얼마나 좋을까? 잠이 들자마자 바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코 고는 소리가 늘 부장에게만 들릴 정도면 점잖은 늘 부장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코 고는 소리의 강도가 10여 미터 떨어진 운전사 자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문제는 코 고는 소리가 아니고 코를 골자마자 드디어 다리까지 쩍 벌어지기 시작한다. 쩍 벌리는 각도가 어느 정도면 늘 부장도 참고 갔을 것이다. 늘 부장이 워낙 자칭 점잖은 사람이라 웬만하면 크게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아래 그림도 있지만 늘 부장이 앉은자리의 삼분의 일까지 쩍벌남의 다리가 밀고 들어왔다. 그래서 늘 부장은 다리를 최대한 본인의 두 다리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쩍벌남과 살을 섞이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20여분 버스를 타고 가면서 늘 부장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평소 점잖은 늘 부장의 감정이 폭발했다.


물론 감정의 폭발을 말로 하면 싸움이 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늘 부장은 늘 부장의 자리로 침투한 쩍벌남의 다리를 늘 부장의 왼쪽 다리로 세차게 왼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늘 부장의 세찬 공격에 쩍벌남은 잠에서 깨었다. 그러고 나서 본인도 의식했던지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나 역시나 쩍벌남의 뇌구조는 보통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분석의 대상이었다.     


5분이 흐르자 바로 또 코를 골기 시작하고 다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늘 부장은 도대체 이런 인간이 어떻게 늘 부장이 다니는 대기업에 입사를 했고 인사팀은 어떻게 이런 인간을 뽑았을까 하면서 인사팀까지 원망의 마음이 생겼다. 웬만하면 늘 부장도 그냥 참고 갈까 생각하다가 도저히 그냥 가기는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 어느 정도 무언의 경고를 주었으면 눈치를 챌 만도 했는데 이 인간은 그런 눈치도 없었다.     


이런 부류의 인간에겐 점잖게 얘기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늘 부장은 다시 한번 더 늘 부장의 왼쪽 다리로 쩍벌남의 다리를 세차게 밀었다. 그러자 이번엔 늘 부장 옆자리 앉은 쩍벌남도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옆자리에 앉은 늘 부장의 무언의 항의를 눈치 채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두 번의 혈투(?)가 벌어지고 마침내 통근버스가 회사 정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쩍벌남도 하차하고 늘 부장도 함께 하차했다. 쩍벌남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늘 부장이 쩍벌남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쩍벌남은 소위 말하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유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보통사람이 인지하는 능력보다 떨어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통근버스 안에서의 쩍벌남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되었다. 그러나 이해는 되었지만 정말 모처럼 겪은 불편한 출근 시간의 추억이었다. 내일부턴 다른 자리에 앉아서 가기로 했다. 설마 새로 옮긴 자리까지 와서 늘 부장의 옆자리에 앉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으면서...


작가의 이전글 늘 부장의 직장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