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부장 Dec 19. 2023

늘 부장의 직장&건강 이야기

인사고과가 왜 이래! 정말...

매년 12월은 직장인들에겐 희비가 엇갈리는 달이다. 어느 직장인에겐 잔인한 달이고 또 다른 직장인에겐 즐거운 달이 될 수 있다. 왜냐고? 다음 해 연봉 인상의 잣대가 되는 평가를 받는 달이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다음 해 연봉이 확 달라진다. 예를 들어 5,000만 원 연봉을 받는 P대리가 고과를 S 받았다면 다음 해 연봉이 많게는 올해 대비 500만 원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B를 받는다면 겨우 100만 원 정도만 받을 수 있다. 


P부장은 올해나 작년이나 저 작년이나 하던 업무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회사에선 반백살이 넘고 20년 이상 된 선임 부장들에겐 고과가 가혹한 게 현실이다. 이는 P부장의 회사만이 아니고 웬만한 국내 대기업에서 20년 이상  다니는 원로 부장들은 거의 누구나 겪고 있다.  이들에겐  업무를 열심히 하나 대충하나 고과를 거의 평균을 주거나 그 이하를 주는 경향이 많다. 물론 100%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올해도 P부장은 어김없이 고과는 뻔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평균인 B만  받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A라는 고과를 받았다. 기쁨에 앞서 참 고과가 우스갯소리로 엿장수 맘대로냐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던 업무는 거의 대동소이한데 평가자의 생각에 따라 너무나 다른 고과에 회사 인사 정책이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현실에 화가 났던 것이다.


P부장이 화가 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P부장은  2021년 12월에는  고과를 C, 2022년 12월에는 B 그리고 2023년 12월에는 A를 받았다. P부장은 고과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곤 그 해답을 바로 찾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고과를 주는 팀장이 달라진 것이다. 21년에는 A팀장이 22년에는 B팀장이 23년에는 C팀장이 P부장에게 고과를 주었던 것이다.


참 웃기고 재미있는 일이다. 


왜 이렇게 거의 대동소이한 업무를 하는 P부장에게 이런 고과를 주는 것일까?  명색이 국내 대기업을 다니는 P부장인데  평가의 잣대가 이렇게 객관성이 없이 팀장마다 달라지는 이 불편한 진실. 최고 경영진은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팀장들이 그 팀 부하 직원들에게 이렇게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일까? 만약 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이고 모른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


21년에는 진급자가 고과를 제대로 받아야 진급에 유리하기에 양보를 좀 하라는 팀장의 얘기에 알았다고 했고 22년에는 나름 열심히 하셨기에 나이치 곤 괜찮은 고과를 주었다고 했고 23년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팀장. 23년의 팀장이  기업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팀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23년 팀장에게 후한 평가를 하는 것은 고과를 잘 주어서 연봉이 오르기에 그렇게 좋게 평가하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P부장의 생각이 그렇게 짧지만은 않았다. 23년의 팀장이 하는 얘기가 P부장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저는 나이가 많아서 고과를 낮게 주고 진급 대상자라고 고과를 높게 주지 않습니다. 오직 업무에 대한 태도와 그 성과를 갖고만 평가를 했습니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는 가장 큰 목적이 무엇일까?  자아실현, 자기 계발 그리고 사회에 공헌. 이런 말은 옛날 70년대 직장인들에겐 어느 정도 들어맞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는 가장 큰 목적은 경제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P부장은 30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최근 5년 동안 이직을 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이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자신한다.


요즘 세상은 정치든 기업이든 원로들이 살곳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정치도 3,40대 젊은 사람들을 우대하고 기업도 3,40대 젊은 사람들 위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풍조다. 한마디로 5,60대가 살곳이 이젠 거의 없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정치는 잘 모르기에 그렇다 치고 회사라는 조직은 늙은 부장들을 홀대하는 이유를 알기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홀대하는 것은 결코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20대 후반에 입사해서 30대는 국내에서 40대는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50대에 접어든 선임 부장들을 단지 나이가 많고 하는 업무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내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원로 부장들도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P부장은  MZ 세대들에 비해 업무적인 스킬은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여전히 50대 원로들이 MZ세대를 능가한다는 사실에는 100% 동의한다.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일지라도 충성심이 부족하면 그 회사에선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줄 수 있을 수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P부장은 나름 괜찮은 고과를 받고서도 왠지 마음이 편치 않은  12월이다.

작가의 이전글 입사동기가 마침내 사장이 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