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벌써 병과 친할 나이가 되었네
허리 통증은 갑자기 찾아온 친하지 않은 병이었만 왼쪽 무릎은 꽤 오래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 녀석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 인연의 시작은 28살 겨울 무렵 무주 스키장에서 시작이 되었다. 혈기 왕성한 20대 후반에 친구 한 명과 함께 스키를 타러 갔다. 1박 2일의 여정이었지만 숙소는 잡지 않았다. 까짓 거 차 안에서 자면 되지 라는 객기를 부렸다.
초보 주제에 멋있게 하강을 하려고 하다가 심하게 넘어지고 말았다. 왼쪽 무릎에 통증이 심했다. 그러나 한창 젊은 나이라 억지로 고통을 참고 야간 스키까지 포함 4시간을 탔다. 야간 스키장 문을 닫자 그제야 멈추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 안에서 씻지도 않고 쪼그린 자세로 잠을 청했다.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날 오후 집에 오자마자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특히 넘어져 다친 왼쪽 무릎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회사에 전화로 출근 못 함을 알렸다. 하루만 지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그리고 또 다음날 마침내 일주일을 출근을 하지 못했다. 다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참 무식했다. 이렇게 아프면 병원엘 갔어야 했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동네 약국에 진통제 몇 알을 먹고 버텼다.
일주일이 지나고 고통이 어느 정도 멈춘 이 후 출근을 했다. 이때의 후유증으로 조금만 무리를 하면 여지없이 왼쪽 무릎이 아파 왔다. 그래서 무리한 날엔 이젠 병원을 방문했다. 사실 병원엘 방문해도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무리하지 말고 항상 걷기를 하고 가끔 물리치료를 받으라는 말만 들었다.
괜찮겠지 라로 방심했던 20대 후반의 어리석음에 대해 지금은 후회가 많이 된다. 이 병을 떨쳐낼 수 없고 항상 몸에 달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엄청 미운 놈이지만 떼어낼 수가 없다. 누가 얘기 했던가 피할 수 없으면 그 상황을 즐겨라라고.. 딱 그 표현이 현재의 나에게 맞는 말이다. 무리하면 찾아오는 이 무릎 통증을 무시할 수 말고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
평생을 함께 데리고 갈 놈이기에 친하게 지내면서 나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수시로 얘기한다. 현재 가장 친하게 지내는 놈은 이 무릎 통증이고 두 번째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놈은 오른쪽 어깨 통증이다. 이 친구도 나와 인연을 맺은 게 거의 5년쯤 된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이 친구도 조금만 팔을 함부로 쓰면 어김없이 나에게 고통을 준다.
이젠 허리통증까지 삼 형제가 내 몸에 붙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된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나와 함께 지낼 녀석이 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