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 가장 긴장이 되는 시간, 토요일 밤이다. 일요일을 앞둔 저녁은 몸과 마음이 뻣뻣하고 초조함과 부담감이 밀려온다. 매주 겪는 일인데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설교는 늘 어렵다. 수요일에 설교문을 어느 정도 완성했지만 오늘 저녁에 다시 보완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틀 동안 느교협 콜로키움을 다녀온 탓에 몸이 무거웠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모든 집중력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글 쓰는 일이 남았다. 나의 글쓰기 루틴대로 선곡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Agustin Maruri & Michael Kevin Jones의 기타와 첼로 이중주 음반을 들으려고 애플 뮤직 보관함을 살폈다. 그러다 갑자기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의 <Songs You Love> 음반이 눈에 띈다. 블루투스 스피커 전원을 켜고 재생했다. 모노 녹음이라 깨끗한 음질은 아니지만 깊은 밤과 제법 잘 어울린다. 오래된 낯선 노래가 신곡처럼 새롭게 들린다. 눈부신 낡음이다. 오늘 밤 소프라노의 높은 음색이 스모그처럼 낮게 깔리니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마저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 일요일이 되었다. 이틀 동안 적은 글, 어제와 오늘 사이에 내 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