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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llara Dec 03. 2024

소리 내어 책 읽기로 다스리기

스트레스가 위험하다

토요일 오전 9시 발산역 부근 사무실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사업가들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전날 밤을 거의 새운 상태에서 문자 그대로 가볍게 샤워만 했다. 연이은 불면으로 피부가 매끄럽지 않다. 전날 연합을 의논하던 사람들과 뭉친 감정이 여전히 돌덩이 같아서 일단 머리를 감을 수가 없다.


새벽 6시에 일어났으나 무거운 감정으로 몸 움직임이 둔하다. 머리는 어제 감았으니 겨울에는 하루쯤 건너도 될 터이다.


새삼 브런치스토리가 고맙다. 감정을 사람에게 직선적으로 내보이지 않고 한번 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 일단 브런치에 저장글로 내 마음을 담아두었다. 그러는 동안 분노게이지가 조금 내려간다.


약속시간보다  그러듯 30분 전에 도착했다. 미팅을 주선한 회사의 대표님이 Tea Room에서 따뜻한 커피를 내려주셨다. 마음이 데워지며 경직이 조금 풀렸다.


오전 9시가 되자 미팅 참가자들이 모두 도착하여 돌아가며 간단한 자기소개와 명함교환 등  커피를 곁들인 담소시간이 있었다. 다음  회의실로 이동해서 나는   PPT 브리핑을 시작했다.


헉! 프로그램의 특징 소개 중에  평소와 다르게 쓰지 않던 용어를 사용하는 순간 당황했다.  이미 쏟아져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사람이 밤을 새우고,  불편함이  마음에 담기면 이성적이지 못하게 나 보다.


리딩독(children reading to dogs) 프로그램 특징을 " 아동의 '반려견에 대한 교사역할' 이라고 브리핑을 하는 동안 나는 부연설명에서 아동이 개에게  "선생질"을 하게 하는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


신혼시절 시어머님께서

"내 친구들이 선생질하던 여자들은 남편을 즈그 학생 다루듯 한다고 하더라. 너는 그러지 라." 하셨다.

당황스러웠지만

"네" 했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은 '교사'라는 표현보다는 '선생'이나 '선생질'이라는 말로 직업을 표현했다. 비속어라기보다는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교사였던 나 스스로 '선생질'이라는 표현을 써본 적은 없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21세기에 무슨 통역 사고인지 원...


호주 통번역대학원 시절에 만난 한국인 통역 교수가 호주 법정에서 군인을 통역하는데 '군인'이나 '병사'라는 용어를 떠올리지 못해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병졸'이라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오더라나. 귀로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일화를 전한 적이 있다.


그녀는 이후로는 신문도 길가의 간판도 끝없이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한다'라고 했다. 그녀는 유부녀인 우리 동기들이 훌륭한 통역사의  전제조건이라고 부러워했던(?) 국제결혼까지 해서 완벽한 조건의 통역사가 되었다.


아침 9시부터 비속어가 입에서 튀어나오고 금방 만진 USB를 못 찾아서 가방 속 작은 필통들의 지퍼를 끝없이 여닫는 산만한 행동은 제어가 되지 않았다. 나의 현재 정신상태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조절이 어려운 스트레스는 참 위험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실수가 이어질 수밖에 없나 보다. 다행히 격한 감정이 걸러지길 기다렸다가  다음다음날 전화를 통해서 내 감정을 전달하고 상대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솔직하게 내 사무실의 현황을 전달한 내게도 원인이 있었다. 나는 안온한 과거의 삶을 뒤돌아보며 현재의 막막한 도전에서  비켜나고 싶어진다. 그런 연유로  현재 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발목을 걸어두려고 일의 진행 상황을 소문내는 방법을 썼다. 그렇지만 상대들의 비즈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 생각이 짧았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사과를 전해온 그들의 마음을 전달받으며, 내가 아꼈던 사람을 잃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누군가들과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우선 내가 할 일은 집중력 향상을 위해  '소리 내어 책 읽기'인가 보다. 그림이나 모습은 눈앞에 선한데 단어가 영 안 떠오르는 일들이 점점 잦아지는 중이니 더욱...


리딩독 프로그램도 산만한 또는 위축과  불안 아동의 집중력 향상을 돕기 위해  '소리 내어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요 며칠 동안 몹시 산만한 어른이다.  '소리 내어 책 읽기'를  서둘러야겠다.


출처: ITA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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