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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Oct 25. 2021

걱정하기 싫다

알고 보면 쓸데 있는 신비한 걱정 사전


지금 이 순간이 미치도록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다 그리워하게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함이 늘 가슴속에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동네 한 바퀴 뛰고 오는 게 전부지만, 그 잠깐 사이에도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올까 마음이 급해 매일 쫓기듯 운동하고 돌아온다. 그리고는 하원 할 때까지 꼼짝없이 집에서 5분 대기조! 하원 후라고 다를까.

대형 트럭이나 오토바이가 다가오는데 아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놀이터는 또 왜 그렇게 위험한 것들이 많은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평생을 두고두고 후회할 거리가 생길 것 같아 밀착 케어를 하고 있다. 다칠까 봐도 걱정이지만 킥보드를 타고 달리다가 길을 잃진 않을까,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가진 않을까... 이 정도면 노파심이 도를 지나친 거겠지 싶지만. 아이는 아이들끼리 놀고 엄마들은 벤치에 앉아 엄마들끼리 이야기하는 건 언제나 가능해질까? 그런 날이 올까? 나는 안 될 거야 아마.

아이는 별 일 없이 내 곁에서 잘 자라고 있다. 우려 덕분인지,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10년 무사고 운전자가 가장 위험한 법이니까.




한창 겁 없을 20대에도 그랬다. 자정이 넘은 시간, 택시를 타고 집에 갈 때마다 생의 집착이 무서울 정도로 더해졌다. 세상이 험해서? 아니다.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인데 20분? 15분이면 도착하는 속도 때문이었다. 취기에 하늘이 빙빙 도는 와중에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 사고 날 텐데, 이렇게 사고 나면 죽을 텐데! 싶어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어야 했다. 정말이지 죽고 싶다, 생각한 날 조차도 그런 택시는 무서웠다. 언젠가 교수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있다.


죽을 생각으로 산을 탄 날이었다고. 정상에 다다를 즈음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 순간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단다. 아,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살고 싶다는 절박함은 이런 순간에 튀어나왔다. 그걸 난 요즘 아이와 함께 남편이 모는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갈 때마다 느낀다. 우리가 탄 차의 속도가 빨라지면 심박도 절로 빨라졌다. 급하게 차선을 옮기거나 앞차를 추월하거나 대형 트럭이 들이대면 숨이 턱 막힌다. 그건 남편만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옆의 차가, 앞의 차가 어떻게 도발을 할지 모르니까. 방어 운전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그 사람이, 난 요즘 제일 걱정스럽다. 매일 이렇게 출퇴근을 하니 우리가 없으니 그보다 더 험하게 몰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야 오늘도 무사히 왔구나! 깊은숨을 내뱉었다.




아이가 요즘 들어 조금만 아파도 정말 많이 아픈 것처럼 표현을 한다. 진짜 아픈 건지, 꾀병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곤란할 때가 몇 번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절뚝절뚝 걷다 픽픽 쓰러지기에 뭔 큰 일인가 싶어 서둘러 병원 갈 채비를 하는데 금방 또 멀쩡하게 뛰고 걷는 게 아닌가. 뭐지? 얘? 다리가 저렸었나? 아이는 그저 아픈 부분에 엄마가 호~해주고 걱정해주는 게 좋은 모양이다. 엄마의 애끓는 심정은 안중에도 없고...

그게 누구든 아프면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아플까 봐 걱정하는 건 정말 괜한 우려다. 꼭 해야 할 걱정이 한 보따리라면, 안 해도 될 걱정이 두세 보따리다. 주제는 똑같다. 잃을봐! 아이가, 남편이, 친정 엄마가, 시부모님이... 어떤 이유로든 잘못되면, 그때는 웃음이 사치가 될 것 같아서, 무섭다.  중에도 내가 잘못될 건 걱정하지 않네?


지금 이 마지막 문단을 쓰는 순간에서야 깨달았다. 경제적인 문제라든지, 아이의 진로라든지, 많다면 많은 걱정거리들은 사실 걱정 축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걸. 가족의 안위야말로, 평생 따라붙을 걱정이었다. 덜지 못할 짐이라면? 한 몸처럼 여길 수밖에.


무게가 좀 나갑니다 제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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