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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Feb 16. 2022

꼰대는 싫다

40년 묵은 고정관념


친정 엄마와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가! 한탄하는 내게 엄마가 말했다. 너, 원래 꼰대였어. 

아, 그렇지! 내 안에는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한 70대 할머니가 다. 케케묵은 고정관념이 빼곡히 박혀있는 아주 꽉 막힌 할머니.  관념들은 녹슨 못과 같아 쉬이 뽑을 수도 없다. 섣불리 시도하머리만 떨어져 나가면 그 또한 낭패일 테니. 그래서 현재까지 박힌 못의 개수는? 과연 셀 수 있을까?


시댁에서 남편 고등학생 때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샛노랗게 탈색한 머리를 보고 "날라리였네 날라리!" 이랬더니 어머님께서 즉시 정정해주셨다. 방학이었다고, 자신의 권유로 한 거라고, 날라리는 아니었다고.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셨지만, 친구들과 놀다 밤늦게 귀가했지만 날라리는 아니었구나. 

요즘은 대여섯 살 아이들도 귀를 뚫는다. 그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화장을 한다. 얼굴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부모 혹은 선생님들은 그게 진심으로 이해가 되나? 아이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하는 거 아닐까. 타투도, 피어싱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많이들 한다지만, 나쁜 건 아니라지만 그게 내 아이라면? 너무 싫을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꼰대, 맞다.




회사 다닐 때도, 최소한 출근 10분 전에는 도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출근 시간 정시에 겨우 골인하는 건 좀, 그랬다. 그래 놓고 퇴근 10분 전부터 컴퓨터 끄고 퇴근 준비를 하면? 회식에 매번 '개인적인 약속'이 있다고 빠지면? 저런 데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지? 싶은데 남편 말로는 요즘은 다 그렇단다. 오히려 그들 덕분에 회사 다니기 더 편해졌다고 한다. 너도나도 그러니 상사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고, 갑작스러운 회식에 불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하물며 5, 60대 임원들도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단다. 


그럼 나 같이 생각하는 며느리도 없을까? 요즘 며느리들은 내가 그걸 왜 해야 하지? 의문을 품고 불만을 표한다. 사위는 처가에 가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되는데, 며느리는 왜 일을 해야 하냐고. 사위가 손님이듯 며느리도 손님이라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 사위든 며느리든 어른이 일하면 거드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면, 그건 뭐 마음이 편한가? 이러면 또 욕을 먹는다. 너나 그렇게 사세요,라고!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다.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말한다. 모두가.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서있었다. 그 사이 사람들은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넜다. 지나가는 차도 한 대 없고, 건널까? 싶지만 더 기다렸다. 기다리는 게 맞는데 안 기다린 사람들이 되려 큰 소리를 쳤다. 그 정도 기다렸으면 그냥 건너라고, 시간이 남아도냐고, 답답하게 왜 기다리고 있냐고, 참 융통성 없다고. 그거 너 한테나 신호등이야.


A는 맞다고 하고 B은 틀렸다 하고, 어제는 맞다고 한 A가 오늘은 틀렸다 하고, 어제는 틀렸다고 한 B가 오늘은 맞았다고 하고. 사람마다 상황마다 달랐다. 그게 맞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이.


그렇다면, 그냥 내 생각대로 밀고 나가도 되지 않을까. 강요만 하지 않으면. 꼰대는 맞지만 꼰대라고 불리기는 싫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싫지만. 

끽해야  정도? 세상 꼰대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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