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해 Mar 18. 2022

말하기 싫어졌다

뻔히 보이는 결말


"넌 대체  거 아닌 에 왜 의미를 두는 거야?"


(보통은 남편 혹은 친정엄마, 가끔 시댁 어른들의)

어떤  한마디, 행동 하나에 욱! 하고 올라올 때가 있다. 그걸 남편  혹은 친정엄마에게 토로하면 너 참 예민하다, 꼬였다 타박하며 나를 탓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될 것을, 웃어넘기면 될 것을 꽁하고 있다고.


처음 그 말을 내뱉은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 꼬아 듣는 내 귀가, 상처받은 내 마음이, 끄집어낸 내 입이 문제가 됐다. 매번 후회를 했지만 결국 또 말을 내뱉고 마는 나였다. 공감받지 못할 마음이면 나누지나 말 것을.




그건, 네가 문제인 것 같아. 가족들이 하는 말에 왜 상처를 받고, 마음담아둬? 가족들이 설마 하니  상처받으라고 하는 말이겠어? 남도 아니고. 남들은 그런 말을 안 하지요.


모르시나 본데... 엄마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들이 가장 큰 상처를 냈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에게 듣는 나의 단점들은 빼박이니까. 네가 그때 그렇게 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모든 갈등은 '내가 끄집어낸 말'과 ' 성격적 결함' 때문으로 귀결되었. 원인 제공자는 매번 뒤로 빠졌다.

자꾸 왜 과거 얘기를 하냐는데. 그때 그게 온전히 내 잘못만은 아닌데  내 잘못이라고 하니까. 과거가 정리되어야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지.


예민해서, 꼬여서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게 아니다. 나를 탓하거나, 무시하거나, 비교하거나, 비난하는데... 그들이 웃으면서 말한다고 나까지 웃어넘길 일은 아니었다. 가시 박힌 부분을 짚어내면 그런 의도로 (말) 한 거 아니라고, 왜 그렇게 받아들이냐고 되레 버럭 하니 또 내 잘못이 되었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




남들에게 하지 못할 말은 가족에게도 하지 않는 게 좋을까? 가족에게도 숨길 건 숨겨가며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게 좋을까?  감정과 생각들을 그들과 꼭 공유할 필요는 없나? 그들은 내게 그랬었나?


마음 같아서는 이제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극단적인가 싶으니? 이제부터라도 어떤 사건에 대해 (사적) 감정은 빼고 있었던 사실만 말할까. 뉴스 앵커들처럼 육하원칙에 따라 말하면 내 감정에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할 일도 없겠지. 성격 참 꼬였네, 란 말도 듣지 않겠지.

  

알게 모르게 다들 그렇게 살고 있나? 

매거진의 이전글 투표하기 싫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